사회 사회일반

벼랑 끝 자영업 집단행동 들불…"보상 없는 영업제한은 위헌"

■ 길어지는 거리두기에 자영업 파열음 확산

호프집·PC방 등 헌법소원 제기

체육관영업 9인 이하 완화했지만

복싱되고 킥복싱·특공무술은 안돼

업종별 형평성 논란에 불만 폭주

정부, 일부 집합금지 완화 검토

중소상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영업제한 조치의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고시에 손실보상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이날 헌법 소원을 냈다.  /이호재기자중소상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영업제한 조치의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고시에 손실보상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이날 헌법 소원을 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종에 대한 형평성 논란에서 시작된 항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피로감이 쌓이면서 업종 구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피해를 호소하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랐다면 이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헌법소원 제기는 물론 항의성 영업과 거리 시위에 나서는 등 오프라인 집단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 고조에 정부가 “17일까지 현행 거리 두기 노력이 집중 전개돼 성과가 나타나면 실내체육시설 등 일부 다중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5일 호프집·PC방 등 자영업자들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조치에 손실보상 규정이 없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절한 손실보상책 없이 제한 사항만 강제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서울시 집합제한 조치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다 이번 헌법소원에 청구인으로 참여한 한 모 씨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보려 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매출이 연간 4억 원을 넘어 일찌감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김남주 변호사는 “유독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 관련 법과 고시에 손실보상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는 평등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위헌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기능성 피트니스 협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촉구하며 크로스핏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연합뉴스대한민국 기능성 피트니스 협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촉구하며 크로스핏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무기한 영업 중지 조치에 불복해 항의 차원에서 전날 300여 곳이 매장 문을 여는 ‘오픈 시위’에 나섰던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이날 거리로 뛰쳐나왔다.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달려가 “형평성과 실효성을 갖춘 방역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수도권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지난해 12월 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후 집합금지 대상이 돼 한 달가량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은 “그동안 자발적인 휴업으로 방역에 기여해왔는데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정부는 또다시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며 “유독 실내체육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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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중지된 유흥시설도 오프라인 단체 행동에 나섰다. 광주 지역 유흥업소 700여 곳은 이날 오후 손님은 받지 않지만 간판을 켜고 가게 문을 여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는 17일까지 이 같은 단체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밖에 홀 이용 금지 조치가 2주 연장되면서 카페 업주들도 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조치에서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이다. 업종별로 영업 허용 여부를 세세히 구분한 것은 사회적 타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지만 특정 업종에 피해가 누적되면서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체육도장업에 속하는 체육관은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9인 이하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체육도장업의 운동 종목은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 단체에서 행하는 운동으로 권투·레슬링·태권도·유도·검도·우슈·합기도 등 7개 종목이다. 대한체육회 가맹 종목이 아닌 체육관은 체육도장이 아닌 실내체육시설로 분류되고 집합금지 완화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복싱은 되는데 킥복싱은 안되고 합기도는 되는데 특공무술은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다.

불만이 표출되면서 정부는 방역 지침 완화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운영 제한으로 큰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는 송구하다”며 “다음 주 일요일(17일)까지 현행 거리 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로 나타나면 집합금지 조치를 부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동훈·우영탁기자 hooni@sedaily.com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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