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한국계 연방검사장이 닷새 전 돌연 사임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3일 법무부 고위관리가 백악관 지시로 박병진(미국명 BJay Pak) 조지아주 북부지역 연방검사장에게 전화해 선거부정과 관련된 수사가 없었던 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점과 그를 자르길 원한다는 점을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법무부 내부에서 박 검사장 해임을 지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바비 크리스틴 조지아주 남부지역 연방검사장에게 전화해 박 검사장이 사임하면 공석이 되는 북부지역 검사장을 함께 맡아주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연방검사장이 공석이 되면 부검사장이 직무를 대행하는 관행, 대통령이 연방검사장 등 법무부 소속 관리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는 관례에 어긋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박 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조기 사임을 고려하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검사장 임기는 4년이며 박 검사장은 2017년 10월 검사장에 올랐다. 다만 박 검사장은 3일 법무부 고위관리와 통화에서 백악관에서 즉시 사임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받고 이튿날 바로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래펜스퍼거 장관 통화 녹취록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조사를 언급하면서 “그곳에는 ‘네버 트럼퍼(Never-Trumper)’ 연방검사가 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네버 트럼퍼는 트럼프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 민주당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에는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혐의와 함께 조지아주 대선결과를 바꾸려고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담겼다.
박 검사장은 9살 때 미국에 와 일리노이대 법학대학원 졸업하고 검사와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주 하원의원을 지낸 뒤 트럼프 대통령 지명으로 연방검사장이 됐다.
그는 첫 한국계 연방검사장으로 ‘조지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촉망받는 인사였다.
박 검사장의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과 래펜스퍼거 장관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이자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결선투표 전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을 불렀다.
그는 사임을 알리는 메일에선 ‘예상 못 한 상황’ 때문이라고만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