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탄핵 표결을 앞두고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더 올린 셈이다.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마저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고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공화당 의원 17명이 탄핵에 찬성해야 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도 여전히 크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이 없음을 선언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권력을 즉시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표결 직전 펜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결의안은 상징적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공세 속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 인사인 리즈 체니 의원총회 의장 등 5명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트럼프 탄핵을 거부했던 상원에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매코널 원내대표가 내심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흡족해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퇴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BBC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표를 던지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며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 장벽을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 대한 의회의 탄핵 추진이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정말 터무니없다”며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이 하는 짓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가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고 분노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자신의 연설이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연설이) 완전히 적절했다”며 선동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박성규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