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 80.1%를 보유한 대주주인 르노그룹이 지난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현금과 수익성 확보를 경영의 중심으로 두는 새로운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더 높여야 한다”며 조치를 취할 생각을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르노그룹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0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난을 겪어왔다. 르노삼성도 최근 전체 임원을 40% 가량 줄이고 급여도 20% 축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 카드를 고려하면서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결론 내지 않고 있다.
르노그룹은 이번 경영 전략 발표를 통해 시장 점유율 및 판매량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성, 현금 창출, 투자 대비 효과 등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영 전략안은 소생(Resurrection), 혁신(Renovation), 변혁(Revolution)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소생은 2023년까지 수익과 현금 창출력 회복에 집중한다는 내용을, 혁신은 2025년까지 브랜드 수익성 회복에 기여할 새롭고 강화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변혁은 2025년부터 비즈니스의 중심을 테크, 에너지, 모빌리티로 이동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까지 그룹 영업 이익률 3%를 달성하고 약 30억 유로(약 4조원)의 현금 유동성 확보한다. 또 자동차 회사의 핵심적 지출인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비용마저 현재의 수익의 10%에서 8%로 제한·절감한다. 2025년까지는 영업 이익률 5%에 도달하고 약 60억 유로(약 8조원)의 누적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대한 얘기도 이번 경영 계획안에 담겼다. 르노 그룹은 “라틴 아메리카, 인도, 한국은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스페인, 모로코, 루마니아, 터키에서는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러시아와는 더 많은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경쟁력을 활용하는 지역이 아닌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지역으로 묶인 셈이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에 구조조정 등 경영적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루카 데 메오 르노 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번 발표는 비즈니스 모델의 완전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르노 그룹은 2030년까지 매출의 최소 20%를 서비스, 데이터, 에너지 트레이딩에서 창출하면서,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르노삼성 노조는 여전히 ‘투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전면 파업을 벌였고, 지난해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결론짓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민주노총 가입을 시도해 조합원 투표에서 불발 됐지만, 박종규 위원장 연임으로 올해 가입을 재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내수와 수출을 합쳐 11만6,166대를 판매해 17만7,450대를 기록한 2019년보다 판매량이 34.5%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