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스트롱맨(철권통치자)'으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직은 여성이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케손시에서 열린 고속도로 프로젝트 착수식 연설에서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에게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딸이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겪은 일을 딸도 겪어야 해서 안타까울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것(대통령직)은 여성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과 여성은 감정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필리핀은 여성 대통령을 두 차례나 배출한 국가로 유명하다.
첫 여성 대통령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으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재임했고,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대통령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통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여성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도 차기 대권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현지 인권단체 '카라파탄'의 사무총장인 크리스티나 팔라베이는 "여성은 어떤 직업에서도 남성만큼 능력이 있다"면서 "대통령직과 공직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한 다수의 이익을 옹호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에도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2016년 대선을 한 달 앞둔 유세에서 내뱉은 말이다. 그는 1989년 다바오시에서 발생한 교도소 폭동을 언급하며 "수감자들은 모든 여성을 성폭행했고, 그중에는 호주 선교사도 있었다"면서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 나는 안타까웠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고, 나는 시장이 먼저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기까지 한 호주 여성을 비하한 이 발언에 대해 호주와 미국 대사가 강하게 비판하자 "입 닥쳐라"며 외교 관계 단절까지 거론한 바 있다. 2018년 9월에는 "다바오시에서 강간 사건이 많다고들 한다"면서 "아름다운 여성이 많이 존재하는 한 강간 사건은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해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