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 시간) 잉글랜드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 사우샘프턴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레스터의 간판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은 전반 37분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렸다. 각이 안 나오는 오른쪽 모서리에서 골키퍼 머리 위를 뚫은 멋진 골이었다. 그에 걸맞은 멋진 세리머니가 예상됐지만 매디슨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동료들을 돌려보냈다. 양손을 펴 사양의 표시를 전한 뒤 이내 더 강력하게 손을 내저으며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허공에 악수하는 시늉을 하면서 동료들과 웃음을 나눴다. 매디슨은 "경기 전 브랜던 로저스 감독님이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면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거리 두기 세리머니'를 할 것을 강조하셨다"고 밝히며 "축구 덕에 많은 사람이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다. 어떤 팀이든 시작을 해야 했다. 우리는 낙관적이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새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매디슨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날의 골 세리머니 사진을 올린 뒤 '2m 거리를 둔 악수와 하이파이브'라고 적기도 했다.
EPL 사무국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이주 초부터 방역 수칙을 강화했다. 경기 중에 불필요한 접촉을 삼가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즉흥적인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동료들과 포옹하는 골 세리머니를 멈추지 않았는데 레스터가 유일하게 강화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종료 직전 쐐기 골을 넣은 하비 반스도 동료와 접촉을 최대한 억제한 채 발끝만 맞대거나 주먹 부딪치기 등으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거리 두기 세리머니의 모범을 보인 레스터는 난적 사우샘프턴을 2 대 0으로 이기고 리그 2위(11승 2무 5패·승점 35)로 올라섰다. 5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면서 1경기 덜 치른 리버풀(승점 33)은 3위로 내려앉았다. 역시 1경기 덜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점 36으로 선두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