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이 이뤄진 데 맞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브라질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이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는 ‘냄비 시위’가 이어졌다.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는 이 시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됐으며, SNS에는 ‘보우소나루 퇴진’ 구호가 잇따라 올라왔다. 냄비 시위는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계속됐다. 이날 오전에는 브라질리아에 있는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 앞에서 대형 보우소나루 인형을 앞세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의료 서비스 붕괴를 보고 있다”면서 “브라질에서는 이미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 보우소나루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를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권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말라리아약과 구충제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사실을 떠올리며 “과학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을 향해 “말라리아약 클로로퀸 사용을 더는 권고하지 말라”면서 “클로로퀸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현실을 무조건 부정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부정주의’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데타 전 장관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했다.
좌파 노동자당을 포함한 5개 야당은 지난 15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는 북부 아마조나스주에서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공공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병원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입원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야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방역 지침을 무시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코로나19 피해를 키우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의회 차원의 대응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