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바이든 참모 '대북 강경파' 다수..."韓 어설픈 중재자 자제해야"

[美 바이든 정부 출범]

<2>동북아 새판 짠다 - 북미외교

美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北은 '핵 감축'으로 선회

바이든 수용 가능성 없어..."NPT체계 붕괴" 위험

블링컨·셔먼 등 '北 제재론자'...당분간 평행선 예고

북한의 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대북 전략의 최종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북한은 북미 협상 방향을 ‘핵 군축’으로 선회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북미 간의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외교 라인 주요 참모들은 북한 문제를 이미 경험한 ‘대북 강경파’ 베테랑들로 채워져 북미 간의 대결이 더욱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협상의 프레임이 다른 만큼 우리 정부가 섣불리 중재자 역할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19일 국내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올 초 당대회 메시지를 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미 협상의 틀을 핵 능력 감소로 선회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분석했다. 핵 무력을 과시해 바이든 당선인의 관심을 끌고 협상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당대회에서 핵과 미사일에 기반한 우월적인 국방력으로 조국 통일도 실현하겠다는 김정은식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에서 “책임적인 핵보유국”을 언급하며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1만 5,000㎞ 사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도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 전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하겠다고도 밝혔다.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 ‘핵’이라는 단어는 총 36번 나왔지만 ‘비핵화’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통신은 야간 열병식에서 북한이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인 사실을 알리면서도 “첨단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를 확증해줬다”며 “당의 믿음직한 ‘핵무장력’인 전략군 종대에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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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이 첫 메시지부터 비핵화보다 핵 보유를 강조하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북미 협상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정부 역시 핵 군축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선호할 공산이 커 양측이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이 핵 군축 제안을 수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1968년 만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계가 무너져 이란 핵도 용인해야 되고 한국·일본·대만까지 도미노처럼 핵 개발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직 주미대사 출신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도 지난해 말 한 외교 안보 전문 계간지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가 CVID에서 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교섭·제재·저지력 등을 3개의 기둥으로 한 로드맵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이끌 국무부 1·2인자가 모두 북한 제재론자로 분류돼 북미 간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 국무부 부장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대북 제재 강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기도 전에 평화조약을 논의하려는 북한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것 같다”며 “미국의 오랜 외교 안보 정책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북한과 김 총비서를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 ‘최악의 폭군’이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2011년에는 부통령 전담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옆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본 사실도 유명한 일화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대표적 대북 제재론자로 꼽힌다. 1997년부터 대북 협상에 관여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그는 초창기에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보조를 맞추다가 북한 비핵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강경파로 선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 행정부 2기 때 이란 핵 합의를 주도한 것이 그의 주요 업적이다. 2016년 국내 한 언론 포럼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하려면 북한 정권의 붕괴나 쿠데타가 임박했다고 느낄 만큼 혹독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밖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커트 캠벨 아시아 정책 총괄(아시아 차르),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등도 모두 ‘북한통’으로 꼽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안보 참모들은 북한을 체험한 실무 관료 출신들로 북한에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어설픈 중개자 역할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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