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1조 마스크 수출 번복은 고의적”…면죄부 못받은 엘아이에스

거래소 "고의에 의한 중대한 과실" 못박아

오늘 하루 거래정지 및 벌금 3,800만원 부과

①중개업체 ②계약의 실체 ③계약상대방

관련한 기초적 사실 확인 안됐다고 판단한 듯

"투자자 신뢰 얻기위한 재발방지책 만들 것"

사진=엘아이에스 홈페이지 캡쳐화면사진=엘아이에스 홈페이지 캡쳐화면


20일 한국거래소 공시사이트 카인드(KIND)에 따르면 전일 거래소는 1조 원 규모에 육박하는 마스크 수출 계약을 뒤집은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138690)에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9.5점과 제재금 3,800만 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부과된 벌점이 8점을 초과하면서 엘아이에스는 이날 하루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벌금이 계약금액(1조 원)의 0.0038% 수준에 그쳐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거래소 규정상 허위공시를 낸 기업에 가할 수 있는 최고 강도의 제재는 벌점 12점과 4,800만 원이다. 10억 원이든 1조 원이든 계약 허위 공시에 따른 제재는 그 한도를 넘을 수 없다.

1월 19일 엘아이에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공시./자료= 한국거래소 공시사이트 카인드(KIND)1월 19일 엘아이에스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공시./자료= 한국거래소 공시사이트 카인드(KIND)


하지만 거래소는 이번 엘아이에스의 허위 공시가 사기 등에 의한 불가피한 사고가 아닌 ‘고의적 사고’라고 쐐기를 박았다. 거래소는 전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16일의 9,817억 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 공시는 ‘고의’에 의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엘아이에스 측에 ‘공시 책임자 및 담당자의 교체’를 요구했다. 지난해 말 엘아이에스 측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계약 상 비밀유지 조항이 있는 와중에도 계약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지만, 거래소는 엘아이에스가 해당 계약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적 확인 절차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엘아이에스 측은 자신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계약 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다만 상장사인 엘아이에스가 순수하게 중개업체에 의지해 1조 계약을 덥석 체결했다고 믿기에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윤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한 무역 중개 프리랜서가 지난해 3월 설립한 법인으로 지난해 말까지 성공한 계약 레퍼런스가 없다. 두 회사는 모두 사적, 공적인 친분이 없었으며 지인의 소개와 세간의 평가에 의존해 상대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매출액의 7배에 육박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상장사가 사전 세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도 아니고 마스크로 1조 원 계약이 가능하냐’는 지점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 한 대형 마스크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단언하기는 어렵지는 경험치로 보면 ‘마스크 1조 계약’은 상상 이상으로 큰 규모이며 현실적인 계약 규모와도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때 대량 생산 문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계약에 대한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 거절한 일이 많았다”며 “업계에서 규모가 큰 계약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실제로 성사됐다고는 들어본 적 없다”고 부연했다. 엘아이에스는 자신들이 마스크 생산 장비를 공급한 이력이 있는 국내의 한 마스크 생산업체와 마스크를 생산하기로 논의가 됐지만, 정식 서류 작성은 ‘계약금 입금’ 이후로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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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블에이 홈페이지 캡쳐화면사진=더블에이 홈페이지 캡쳐화면


현재는 실체가 오리무중인 1조 계약의 당사자인 더블에이(Double A)가 글로벌 제지 기업 더블에이가 확실한지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 파악에도 부족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계약에 연루된 한 관계자는 상대를 신뢰가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태국 현지 브로커가 로고가 박힌 태국 더블에이 본사에 들어가는 것을 화상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로비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로 본사 건물에 들어간 그 자체만으로 계약 상대가 더블에이라고 확신했다는 답변은 다소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엘아이에스는 거래소 측에 의도적인 실수가 아니었음을 충분히 소명하려 했지만 ‘고의적 실수’로 결론이 내려져 아쉬우며, 불미스러운 일로 소란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밝혔다. 엘아이에스 측 관계자는 “자료 등을 증빙하면서 의도적 사고가 아님을 최대한 소명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며 “예상했던 것 보다 높은 벌점을 받게 됐다. 어떻게 산출됐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데 이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계약의 실재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거쳤냐는 질문에 대해 “거래소의 판단이 끝났음에도 회사 내부적 사안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된다”고 답했다. 이어 “투자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재발 방치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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