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조업 바탕 산업보국 실현한 '재계 큰 어른'…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영면

제당·화섬산업 해외서 기술 도입

전분·전분당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대한상의 회장 12년 역임 '최장수'





최장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김상하(사진)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고(故)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7남 6녀 중 5남으로 김윤 현 삼양홀딩스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49년 삼양사에 입사했다. 산업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1950~1960년대 국내에서 제당·화섬 사업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1950년대 초반 울산 제당 공장 건설 때는 군용 양철 슬레이트로 만든 간이 숙소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설 작업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삼양사 사장과 회장을 지내며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분·전분당 사업에 진출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1968년 폴리에스테르 사업 진출 때는 공장 증설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기술 개발과 설비 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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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2015년 발간한 회고록 ‘묵묵히 걸어온 길’에서 “사업이란 제조업을 통해 산업보국을 실현해야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영속성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장을 가장 중시한 경영인으로 제조업의 근간은 '품질 좋은 물건을 생산해 적기에 공급한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국내 경제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1988년부터 무려 12년간 대한상의 회장으로 일해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됐다. 한일경제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양국 경제계 교류의 가교 역할을 했다. 1985년부터는 대한농구협회를 12년간 이끌었다. 김 명예회장이 농구협회장이던 1996년 프로농구가 출범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상례 씨와 아들 원(삼양사 부회장)·정(삼양패키징 부회장)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 장례식장 20호, 발인은 22일 오전 8시 20분이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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