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게임스톱과 AMC 엔터테인먼트가 폭락했습니다. 각각 -44.29%와 -56.57%에 달합니다.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도 하락(-36.4%)을 피하지 못했는데요.
물론 그동안 폭등세를 고려하면 여전히 많이 오른 상황입니다. 하지만 게임스톱만 해도 이날 500달러 가까이 갔다가 다시 200달러대가 붕괴하면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줬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연방준비제도 소식에 게임스톱 사태를 못 다뤘는데 그동안의 히스토리와 최근까지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 ‘美 연합개미, 공매도 눌렀지만…거품 더 키웠다’ 기사를 참고하세요. 기사 말미의 주요뉴스란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증시입니다. 게임스톱 사태에서 나타난 불안정성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느냐인데요. 전문가들은 일단 펀더멘털은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월가의 시각 전해드립니다.
저금리에 증시 여전히 매력적…연준 지원도 지속
전문가들은 게임스톱 사태가 심각하긴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증시를 둘러싼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제로금리에 연준의 지원 약속, 정부의 추가 부양책 등은 그대로라는 얘기죠. UBS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드 폰 립시는 “전날 상황은 웨이크 업 콜이었으며 그동안 크게 증시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의 멈춤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저금리에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실적에도 일부 기술주는 하락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순환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S&P 500 중소형주 중에서 많이 오르지 않으면서 매력적인 종목들이 많다. 큰 그림에서 보면 증시는 저금리에 투자할 만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일부 투기적인 거래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인데요. 가브리엘라 산토스 JP모건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투자 민주화와 넘쳐나는 유동성에 이같은 거래가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분산하면서 안전하게 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본 전제를 바꾸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전혀 펀더멘털과 관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앨리 인베스트의 린지 벨 역시 “백신 뉴스는 계속 나올 것이며 부양책 소식도 올 거다”라며 “연준은 더 지원한다. 펀더멘털은 온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전해드린 것은 게임스톱 사태가 증시 전체에 부담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전보다 더 고용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게임스톱이 상승 멈추면 증시는 하락을 멈춘다…게임스톱은 의자앉기 게임
게임스톱을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대거 주식과 콜옵션을 매입한 종목들이 폭락한 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1% 가까이 올랐습니다. 여기 흥미로운 분석이 있는데요. 리치 로스 에버코어 ISI 기술 분석가는 “증시를 떠받치는 지지대는 여전히 강하다"며 “게임스톱이 상승을 멈추면 증시는 하락을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날 게임스톱과 AMC 엔터테인먼크가 각각 134%와 301% 폭등했을 때 주요 지수가 2% 넘게 빠진 것과 대비되는데요. 전체적인 거품 우려가 줄어들면 펀더멘털에 대한 생각이 돌아오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추가로 게임스톱 같은 종목을 둘러싼 지금 상황은 사실상 ‘머니 게임’이 된 상태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 패퇴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듯 차익 실현물량이 언제든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뒤늦게 동참하거나 막차를 탄 개미는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이밍만 잘 잡는다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겠지요.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 컨스트럭츠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스톱은 의자앉기 게임이며 나의 조언은 음악이 끝나기 전에 팔으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자앉기 게임은 참가자보다 1개 적은 의자를 놓고 음악이 끝나면 자리에 앉는 게임입니다. 가장 늦은 사람에게는 의자가 없지요(막대한 손실). 헤지펀드에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데는 심정적으로 동의하지만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반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아트 캐신 “대중 이용하려는 외부 세력 있을 수도”
월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게임스톱 사태에서 외부 세력이 개입했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합니다. 실제 주식과 콜옵션을 사들인 건 개인 투자자들이지만 이들을 뒤에서 부추겨 막대한 이득을 취한 이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게임스톱은 이름만 다른 오래된 게임”이라며 “지난 1902년 북부 태평양 철도에서 대규모 쇼트 스퀴즈가 발생했다. 이 주식은 45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치솟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중을 선동해 헤지펀드를 공격하게 하려는 전문가들이 있을 수 있다”며 “이들은 덩치가 큰 골리앗(헤지펀드)에 대항하는 다윗(개인투자자)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당국의 조사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공매도 제도를 이번 기회에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고칠 것도 분명히 있지요. 다만, 전체적인 증시를 위해서 과도한 변동성은 좋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기업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한 달 만에 1,000% 넘게 폭등하는 것은 시장 전체의 신뢰를 깨뜨릴 수도 있지요. 만에 하나 이들 종목에서 시작한 불안감이 다른 주식까지 번지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게임스톱은 투자가 아니다. 한사람의 은퇴나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계획이 될 수 없다”며 “이들 투자자는 주식을 분석한 것이 아니고 기업의 한 조각인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주식 시장의 궁극적인 게임에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