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3세 경영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대표 중견·중소기업들도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다 보니 이제 2세 경영의 서막이 올랐지만 1세대를 능가하려는 '승어부(勝於父)’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연구·제조·개발 전문 기업 코스맥스(192820)를 비롯해 웅진(016880)그룹·교원그룹·천재교육 등이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중견·중소기업 2세들은 내부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본업 충실형’과 ‘사업 다각화형’ 등으로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코스맥스와 천재교육은 본업에 집중해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병만(43) 코스맥스 대표는 부친인 이경수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장품 시장이 위기에 처하자 정면 돌파로 선방했다.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락하면서 코스맥스도 실적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이를 뒤엎은 것이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1조 4,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이 20.6% 감소한 4조 4,32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맥스가 선방한 것은 발 빠르게 손소독제를 생산하고 중국 등으로 시장을 다각화하고 일반인도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올어라운드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서다. 2세다 보니 젊은 감각이 탁월해 화장품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MZ세대(1980년 대 초반~2000년 대 초반 출생)가 고가의 전통적인 브랜드 화장품보다 트렌디한 ‘인디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이 대표가 연초부터 ‘디지털 코스맥스의 원년’으로 삼고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코스맥스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빠르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천재교육의 최용준 전 회장의 장남 최정민(50) 회장 역시 본업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지난 2012년 전무로 천재교육에 뒤늦게 입사해 후계 수업을 받은 후 2018년 회장에 오른 그는 기존 교육 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신 코로나19로 디지털 중심의 에듀테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러닝 학습인 ‘밀크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연기, 비대면 수업 증가 등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봤다.1981년 설립 이후 쌓인 방대한 양의 교육 데이터와 기술을 융합해 스타트업들과 시너지를 내고 있기도 하다. 천재교육의 2019년 매출액은 2,300억 원으로 교과서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다. 최 회장은 천재교육 합류 전까지 피부과 의사였다. 아버지인 최 전 회장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사업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따를지 말지를 놓고 상당 기간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이 의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케이스다.
반면 교원그룹과 웅진그룹의 2세는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화되는 교육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교원그룹은 이미 교육 외에도 렌털·상조·호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2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다. 특히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동하(38) 기획조정실장이 KRT여행사를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세 경영이 완전히 구축되면 교원그룹은 ‘교육’이라는 간판을 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교원그룹의 사업 비중은 교육과 생활 문화(렌털·호텔·여행·상조 등)가 7.5 대 2.5 정도다. 교원그룹은 앞으로 비교육 분야를 3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RT여행사를 인수한 교원그룹의 자회사 교원더오름은 장 실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인 상조회사 교원라이프의 자회사로 장 실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원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2세인 장 실장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교원그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2세 경영이 이미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더오름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정부로 부터 건강 미용 제품 직접 판매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42) 놀이의 발견 대표이사도 본업보다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웅진씽크빅(095720) 대표 시절 직접 챙겼던 사내 벤처 ‘놀이의 발견’을 지난해 분사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500억 원이라는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아 업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웅진그룹의 후계 구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와 차남인 윤새봄 대표가 경쟁 관계이면서 협력관계로 시너지를 내면서 ‘승어부’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