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회사채 시장 역대급 유동성에…기업들 너도나도 싼 이자로 '갈아타기'

SK, 4,000억 원 발행...M&A 위해 늘린 단기자금 상환

1월 경쟁률 7.5배...수요 몰리자 조달비용 '뚝'

코로나 여파로 늘린 단기자금 차환용

롯데지주·CJ·한라홀딩스·SK E&S·대림 등





연초 회사채 발행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단기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역대 최저 금리와 시장 수요에 힘입어 낮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자 자금줄 갈아타기에 나선 곳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034730)는 이달 말 최대 4,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올해 초 북미 수소기업인 플러그파워를 인수하면서 차입한 단기자금(기업어음)을 상환하려는 목적이다. 롯데건설도 이달 1년 4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만기 회사채와 은행 대출금을 갚을 예정이다.

올해 1월 회사채 시장의 평균 경쟁률은 7.5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배를 훌쩍 넘어섰다. 설 연휴가 낀 이달에도 5.4배 수준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크게 늘어난 CJ(001040)대한통운이나 친환경 렌탈차량 구입비 조달을 위해 첫 녹색채권을 발행한 SK렌터카(068400) 등에는 무려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주문이 쏟아지면서 발행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의 평균 발행 스프레드(기업의 개별 민평 금리와 발행 금리 차)는 -18bp(1bp=0.01%포인트)로 작년 같은 기간 -3bp 대비 크게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시장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기업의 채권 금리보다 평균 0.18%포인트 낮게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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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적인 자금 조달 환경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해 단기 부채를 갚고 있다. 만기가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회사채로 갈아타면서 차입 기간을 장기화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회사채 담당 임원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위기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단기 자금 조달을 크게 늘렸다"며 "이 자금들의 상환 기일이 다가오면서 금리 등 발행 여건이 우호적인 회사채로 차환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렌터카는 회사채를 발행해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 400억 원을 차환하면서 금리를 2.03%에서 1.44%로 약 60bp 낮추는데 성공했다. 만기 역시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LG화학(051910)은 기존 3년물 회사채를 10·15년물로 차환 발행하면서 금리를 2.56%에서 1.95~2.14%로 낮췄다. 이밖에 CJ와 한라홀딩스, SK E&S, 대림 등도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대비 좋은 여건으로 단기 차입금을 상환했다.

금리가 싼 것도 있지만 기업들이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서다.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은 외부 충격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의 경우에도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단기자금시장에서 시작됐다. 단기성 자금으로 연명하다가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닌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이자가 쌀 때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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