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시달리는 ICT기업들마저 인력 유지를 위해 연봉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신제품이나 신작이 실패하면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ICT업계의 가파른 인건비 인플레로 전반적인 인력 생태계마저 교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게임 개발사 베스파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임직원 연봉을 1,200만 원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연봉을 500만 원 인상한 후 2년이 채 안 돼 추가 인상한 것이다. 베스파는 이와 함께 올해 50여 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소셜카지노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도 스톡옵션을 포함해 개발직 2,300만 원, 비개발직 1,500만 원씩 연봉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연봉 인상 소식에 업계는 놀라움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베스파와 베이글코드 모두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연봉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베스파는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성공을 거뒀지만, 점차 이 게임의 수익성이 악화해 지난 해 매출 682억 원, 영업손실 318억 원을 기록했다. 베이글코드도 지난 2012년 설립 후 꾸준히 적자를 내 왔다. 지난 2019년은 매출 361억 원에 영업손실이 81억 원이었다. 베스파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으로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신작을 위한 공격적 투자”라고 연봉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적자인 상태에서도 연봉을 올려 인력 지키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연봉을 대폭 인상한 넥슨·넷마블·크래프톤·게임빌·컴투스 등은 인건비 상승 부담이 전체 수익성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들은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원이 다양한 대형 게임사와 달리 중소 게임사는 게임 하나의 실적에 크게 의존한다”며 “대형 게임사 수준으로 연봉을 올렸는데도 신작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회사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을 막지 못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흑자전환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봉 인상 외엔 대안이 없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