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삶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롤러코스터’를 연상한다. 9번의 사법시험 도전 끝에 검사복을 입은 그가 각종 수사를 겪으면서 좌천, 파격 발탁 등 굴곡진 삶을 겪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이름 석자가 외부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국감장 내부가 술렁였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그가 수사 외압을 전격 폭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좌천이었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중수1~2과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다가 결국 대구고검·대전고검 등 지방을 전전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윤 총장이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2016년 국정 농단 특별검사 수사 때였다. 박영수 특검이 그를 수사팀장으로 지목하면서 수사 일선으로 다시 나섰다. 자신을 찍어내린 박근혜 정권에 대해 보복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답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후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전임 이영렬(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를 기용하는 파격 인사였다. 대통령이 직접 그를 중앙지검장으로 지목·발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윤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 농단 사건 등을 맡으면서 이른바 ‘적폐청산 칼잡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특히 검찰총장으로 지명돼 2019년 7월 인사 청문회가 진행되기까지 윤 총장은 꽃길을 걸었다. 당시 공격수는 야당이, 방어진을 여당이 꾸릴 정도였다. 하지만 검찰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의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황은 180도 돌변했다.
윤 총장과 정권과의 갈등은 지난해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고 극에 달했다. 이른바 ‘추윤(秋尹) 갈등’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첫 인사에서부터 충돌했다. 급기야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 판사 정보 불법 수집, 언론사 사주 부적절한 만남 등을 사유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이뤄졌다. 이후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으로 징계 효력 집행정지가 인용돼 일주일 만에 복귀했다.
해가 바뀌면서 사태는 반전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하면서 사태가 수습 단계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서 다시 갈등이 증폭됐다.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사태까지 번지는 등 갈등은 심화됐다. 이런 와중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한 입법 추진은 윤 총장과 정권 갈등에 쐐기가 됐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