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청약보고 벼락거지 참았는데'…신도시 땅투기 일파만파 [집슐랭]

LH 직원 비리 의혹에 공공주도 택지 개발 명분 훼손

분노 여론 커지자 문 대통령 청와대 조사 지시

3기 신도시 등 공급지연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

전세로 눌러앉은 예비 청약자 '망부석' 될까 우려





정부가 ‘공급 쇼크’라고 자평하며 200만 가구 주택공급안을 내놓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물량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안산 장상지구 등 8곳 외에 경기도·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조사에서 빠진 지구를 대상으로도 전수조사에 나섰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조사에서 누락된 청와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거래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자꾸 커지면서 결국 신도시 공급 지연이 불가피 하게 됐다"고 말했다.

5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열린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연합뉴스5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서 열린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잡자고 시작한 3기신도시, ‘투기의 온상’ 되다>

문재인 정부 들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각종 공공택지 지정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 근절’이 있었다. 문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일부 다주택자의 배를 불릴 뿐이라며 외면했다. 대신 3기 신도시 등 경기권의 공공택지 지정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 2018년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 그리고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 공급까지 정부는 수도권 곳곳에 택지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번 LH 직원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공공택지 개발 등 공공 주도의 주택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4%에 달했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역대 최저 수준인 11%을 기록했다.

이들은 “부동산 정보가 사내 복지”, “사내 복지몰(Mall)을 통해 토지를 구입했다”고 비꼬거나 ‘LH 혼자 산다’ 등 각종 패러디를 쏟아내며 냉소를 보내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앞서 1만4,000여명의 국토부·LH 직원들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넘어 국회의원 등 정치·관계(官界)까지 조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사과 아닌 사과’는 이 같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변 장관은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며 “신도시 개발이 안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변명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확실치도 않은 정보에 평범한 직장인들이 토지를 58억원을 대출받아 살 생각을 하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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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및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연합뉴스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및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연합뉴스


<공급 지연 불가피, ‘망부석’ 된 3기 신도시 예비 청약자들>

비리 의혹의 가장 큰 피해자는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린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공급 정책을 믿고 이들은 전세로 눌러 앉는 등 공공택지 공급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 ‘LH 비리 사태’로 택지의 공급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3기 신도시 조성 예정 지역에서 전세를 얻기도 했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조성, 사전 청약 시행 등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하남·고양·남양주 등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전·월세 가격은 요동쳤다. 실제로 교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하남시 전셋값은 지난 한 해 17.84% 상승해 천도 이슈로 급등한 세종시(43.28%)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자랑했다.

국토부에서 지난해 8월 개설한 3기 신도시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난 5일 오후 3시 기준 328만7,460명이 누적 방문했고 36만2,131명이 3기 신도시 청약과 관련한 일정을 안내해주는 ‘청약일정 알리미’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 지연이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6.2를 기록하며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전환됐다. 해당 지수가 100보다 낮아지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아진 것으로 해석한다. 이처럼 수요가 안정된 데는 정부가 광명·시흥 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한다고 발표한 이후 수요자들이 기축 아파트를 매수하기보다는 청약을 기다리는 쪽으로 선회한 점이 주요했다고 시장은 분석한다. 하지만 공급 지연이 확실해지면서 불안해진 수요자들이 다시 ‘패닉 바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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