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변이 코로나로 집단면역 시간 더 걸려…올겨울 상황 나아질 것” [청론직설]

◆지영미 신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

새 버전 백신 필요…韓 11월쯤 집단면역 달성 기대

감염병 연구 국제협력·국제기구 진출 강화해야

정부, R&D·유행 좇지 말고 부처 간 상생 노력을

25개국 파스퇴르硏 네트워크 활용해 협력 강화

지영미 신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감염병 분야에서 국제 협력이 부족하다”며 “감염병 연구에서 장기투자를 하고 부처 간 상생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세계 25개국 파스퇴르연구소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국제협력 연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지영미 신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감염병 분야에서 국제 협력이 부족하다”며 “감염병 연구에서 장기투자를 하고 부처 간 상생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세계 25개국 파스퇴르연구소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국제협력 연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감염병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제적 시야가 부족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세계 25개국 32개 파스퇴르연구소 네트워크에 포함돼 있는데 앞으로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지영미(59·사진) 신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8일 서울경제와 줌미팅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며 “같은 서태평양 지역인 일본·중국·호주·홍콩 등의 국가 감염병연구소들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협력센터로 많이 지정됐는데 한국은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 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유엔 산하 WHO 서태평양 본부에서 7년 반 근무한 뒤 귀국해 국립보건연구원에서 5년 동안 감염병연구센터장 등을 지낸 감염병 전문가이다.

그는 “미국·일본·중국 등은 WHO 등 국제기구에 예산을 지원하며 고위직에 자국 전문가를 같이 보낸다”며 “우리는 국내 문제에 갇혀 있고 국제기구를 상대할 때도 전략적인 접근이 잘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집단면역 형성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올겨울에는 국내외에서 상황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가.

△신종 바이러스 치료 항체 개발 기술까지 확보하려 한다. 국제백신연구소와의 백신 연구 협력도 추진할 것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 연구에도 집중하겠다. 우리 연구진은 과거 결핵 치료 물질을 기술 이전해 큐리언트를 창업한 사례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발굴한 감염병 치료제 후보 물질을 실용화하는 첫 사례를 만들고 싶다. 산학연관 국내외 감염병 전문가들과 적극적인 네트워킹에 나서 감염병 대응 연구를 확대하려고 한다. 아시아의 파스퇴르연구소 등과 항생제 내성 등 감염병 연구 협력을 확대하겠다. 국내외 감염병 연구 기관과 적극 협력해 글로벌 보건에 기여하는 연구소로 거듭나겠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은.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의 치료 약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 기존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4종의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 호주·뉴질랜드·덴마크·인도·세네갈 등 국내외에서 임상 2상 또는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의 중증 환자 100명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지난 1월 완료했는데 사망률이나 회복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아직 세계적으로 치료제 중 중증 환자에게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 없으므로 의미가 크다. 미지의 신종 감염병(Disease X) 발생 시 신속하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 본부 격인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유럽·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미주 등 세계 25개국에 있는 32개의 파스퇴르연구소가 치료제와 백신 외에 기초연구, 역학, 임상, 진단제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연구소처럼 약물 개발에 특화된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곳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늦었는데 집단면역은 언제쯤 달성할 수 있나.

△현재 100여 개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돼 세계 확진자 수(1억 1,700만여 명)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까지 백신 1회 접종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늦게 지난달 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모의 훈련 등 철저한 준비와 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오는 9월까지 인구 70%에 대한 접종을 완료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졌는데 집단면역이 늦어지지 않을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기는 하나 증상까지 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개발사들이 새로운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속한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당초 70%가량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제 그 이상으로 접종해야 해 집단면역 형성에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된다. 그럼에도 올겨울에는 국내외에서 상황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WHO에서 7년 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8일 본지 고광본 선임기자와 줌미팅을 통해 감염병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WHO에서 7년 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8일 본지 고광본 선임기자와 줌미팅을 통해 감염병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전망은 어떤가.

△감기를 유발하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바이러스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유행의 정점을 가라앉히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도 어느 정도 잡아주고 있으나 한계가 있으므로 업데이트된 버전의 백신이 나와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백신보다 더딘데.

관련기사



△약물 재창출 치료제는 덱사메타손이 영국·일본, 아비간이 중국·이탈리아·러시아, 렘데시비르가 미국·일본·호주 등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항체 치료제로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주가 국내 최초이다. 이 치료제는 세계에서 미국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에 이어 세 번째로 조건부 사용 허가를 받아 고위험군의 경증과 중등증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국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관한 평가는.

△백신 개발이 뒤처진 것은 지속적인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치료제 개발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우리 연구소도 약물 재창출 연구로 4종을 발굴했다. 2015년 메르스 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치료제와 백신 연구개발(R&D)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같은 mRNA 백신도 50여 년 전에 시작된 기초연구가 바탕이 돼 1년여 만에 개발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 코로나19 백신에서 mRNA 백신이 처음 선보였는데 사실 오래 전부터 기초연구가 이뤄져 가능했다. 미국은 1997년 HIV 백신 개발을 위해 설립한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왔다. R&D를 지원하면 설사 원래의 목표 달성에 미흡하더라도 연구 역량이 총체적으로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도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감염병 연구를 연계하고 협력해 실용화하는 노력을 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R&D에서 유행을 타고 부처끼리 밥그릇 싸움 하는 것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다. 한국은 R&D 유행을 많이 타는 경향이 있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가 코로나19로 많이 증가했다. 그 전에는 감염병을 연구하다 암 연구 등 다른 분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감염병연구센터장 재직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함께 방역 연계, 감염병 R&D, 원헬스 항생제 내성 연구 사업에 참여하는 선례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다만 당시 10개 분야의 감염병 우선순위를 정할 때 부처 간 영역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초연구에서 실용화까지 협력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단 등 부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예방접종프로그램 지역조정관으로 활동할 때 필리핀 아동에게 소아마비 생백신을 투여하고 있다.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예방접종프로그램 지역조정관으로 활동할 때 필리핀 아동에게 소아마비 생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WHO 서태평양사무소에서 7년 반 근무했는데 우리는 국력에 비해 아직 국제 협력이 부족한 편 아닌가.

△중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등 서태평양 지역 20개국의 국가연구소 실험실 관리와 감염병 진단 역량 확충을 지원하고 평가했다. 당시 출장 기간이 절반이나 됐다. 우리가 일본·중국 등에 비해 국제적 시야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면 일본·중국·호주·홍콩 등은 국립감염병연구소 안에 WHO 협력센터가 많이 지정돼 있는데 우리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외부와 네트워킹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메르스가 생겨 WHO 등과 국제적으로 협력할 일이 많았는데도 별로 안 바뀌었다. 국내 문제에 갇혀 있었다. 다만 항생제 내성 연구에 관해 WHO 협력센터를 추진해 곧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질병관리청의 첫 WHO 협력센터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의약품표준화협력센터를 지정받았다. WHO 등 국제기구를 보면 본부 고위직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은 예산을 지원하며 사람을 같이 보내는 쪽으로 협상한다. 물론 실무진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우리도 그렇게 주고받는 협상력을 키우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남북이 WHO의 지역 구분에서 서로 다른 지역에 들어 있어 정보 공유 등 협력이 쉽지 않은 것도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의사 출신인데 우리나라 의대는 기술 사업화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의대 졸업 이후 1년간 미국 NIH 산하 국립암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우리 의대생들이 거의 대부분 임상의만 지내려고 하는데 R&D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다 R&D를 좋아하게 돼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 연구에만 전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She is...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예일여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의학미생물학 디플로마와 바이러스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2014년 필리핀 마닐라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 예방 접종 프로그램 지역조정관으로 20여 개국 국가실험실 평가와 기술 지원을 했다. 2014~2019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과 면역병리센터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WHO 예방접종전략자문위원, 국제백신연구소 이사,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이사, 대한감염학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 국무총리 보건 분야 특별보좌관으로 각각 위촉됐다. 현재 WHO 코로나19 긴급위원, WHO R&D 블루프린트 과학자문위원, 질병관리청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