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대통령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진노(震怒)만 하신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왜 사과를 못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은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한 공기업 LH에서 일어났다"며 "분명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그런데도 대통령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진노(震怒)만 한다"며 "화가 난 대통령 대신 지난 며칠간 국토부장관, 경제부총리, 국무총리가 연달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고 상황을 짚었다.
유 전 의원은 또한 "이 정권 사람들은 공(功)은 대통령에게 돌리고 과(過)는 각료들이 떠안는 '아름다운 미덕'을 자기들끼리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분노한 국민의 눈으로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대리사과'"라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유 전 의원은 "사실 그동안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는데,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도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유 전 의원은 "조국 일가의 반칙과 특권이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려도 조국에 대한 '마음의 빚'만 말하고 국민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이 공정을 태연하게 강조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황된 실험이 실패로 끝나 경제가 망가져도 사과 한마디 없이 언제부턴가 소주성이란 단어만 사라졌다"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 유 전 의원은 "김정은과 만나 북한 비핵화가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쇼를 했으나 비핵화는커녕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데도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면서 "24번의 부동산대책은 4년의 실패로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어지니까 마지못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한마디 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서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대통령의 위신이나 체면이 깎이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국정의 책임자가 진솔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국민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썼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이란 구름 위에 있는 하느님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땅에 발을 딛고 국민 속에서 소통하면서 애환을 같이 하고 책임지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