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저축銀마저 예금금리 급락...은퇴자 어쩌나

3개월새 0.14%P 낮춰 1.76%

당국 눈치에 대출 문턱 높이려

적극적으로 예대율 관리 나서

안정성 추구 금리생활자 한숨





올해 들어 시중 금리가 급등하는데도 2%대 돌파를 목전에 뒀던 저축은행들의 수신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업계의 여신 규모 급증에 우려를 표명하자 저축은행들도 예대율 관리를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던 저축은행마저 다시 금리를 낮추면서 은퇴자 등 금리 생활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1.76%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1.9%에서 올해 1월 말 1.85%로 하락했다. 특히 이달 들어 금리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다. 2월 말만 해도 1.81%였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0일 만에 0.05%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저축은행이 속속 금리를 낮춘 영향이다.



지난해 하반기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던 저축은행들이 다시 금리 조정에 나선 이유는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늘리려면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100%에 맞춰 예금 규모도 늘려야 하는데, 수신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당국 눈치에 저축은행들도 마냥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며 “이달 들어 주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수신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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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당국의 대출 규제 발표를 앞두고 1금융권의 신용대출 수요가 폭증해 이 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003조 513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 7,000억 원 증가했다. 2월 증가액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2월(9조 3,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은 1금융권뿐만 아니라 2금융권의 대출 급증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주관으로 열린 서민금융포럼에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권 자금 공급이 10% 정도 늘었는데 저축은행의 경우 여신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며 “저축은행의 여신 공급 규모가 전 금융권에서 가장 크다는 것에 유의해야 하고 과도한 부분은 되돌아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마저 수신 금리를 낮추면서 금융권에서 돈을 굴릴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일찍이 0%대로 낮추면서 예금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렸다”며 “하지만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데다 저축은행마저 다시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일반 고객들의 뭉칫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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