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에서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첫 사례다. 미나리는 이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총 6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음 달 25일(현지시간) 열리는 본 시상식에서 윤여정을 비롯해 미나리 제작·출연진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크게 쏠린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5일 유튜브를 통해 올해 수상 후보 리스트를 공개했다. 미나리는 뉴욕타임스, 로튼토마토 등 유력 언론과 영화 전문 사이트 등의 예상대로 수 차례 호명되며 아카데미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경우 오스카 4관왕에 오르기는 했지만 연기상 부문에선 상을 받지 못했다. 만약 윤여정이 본 무대에서도 호명된다면 일본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아시아 지역 국적 배우로는 두 번째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게 된다. 윤여정의 경쟁자는 마리아 바카로바, 글렌 클로스, 올리비아 콜먼,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 역시 오스카에서 수상 소감을 또 한번 밝힐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달 28일 진행 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후 “미나리는 한 가족이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라며 “그 언어는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는 미국 영화인 미나리를 한국어가 많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해 영화계 안팎에서 호된 비난을 받았다.
또 한국계 미국 배우인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앤서니 홉킨스, 개리 올드먼, 리즈 아메드, 채드윅 보스먼 등 쟁쟁한 배우들과 경쟁하게 됐다.
한편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지난 3일 국내 개봉 후 이날 누적 관객 5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전부터 크고 작은 세계 영화제 수상 소식이 이어진 데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족이 고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려 애쓰는 한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병아리 감별사 부부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가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과 함께 현지에서 농장을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가족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관람 평이 많다.
미나리는 오스카 외 미국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와 등에도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AG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각각 다음 달 4일과 10일 열린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