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축소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항의하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해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 시도, 추진을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기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김 부부장이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예고 후 이를 실행한 바 있어 대남기구 정리 예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개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 축소 시행을 비판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를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대화를 부정하는 적대 행위에 짓궂게 매달리고 끈질긴 불장난으로 신뢰의 기초를 깡그리 파괴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북한의 경고에 대해 “대화의 형식 또는 협력 방식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말한 여러 조치를 예단하기 보다는 정부로서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을 시도하고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남북 간 적대 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는 게 정부가 가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문제 삼은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한미연합훈련이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훈련으로 진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두고 “남북관계 복원, 조기 개선, 비핵화 대화 신속 재개 등 관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려고 한다”며 “북한의 이런 메시지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