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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線을 넘은 도전, 인류의 운명 바꿨다

■인간의 탐험

앤드루 레이더 지음, 소소의책 펴냄

신대륙 발견부터 우주 개척까지

인간 본능이 만든 탐험 연대기

대항해시대 유럽과 명나라 등

국가 운명 바꾼 도전史 보여줘





이달 초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의 트위터에는 화성 표면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지난달 화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보낸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 중국의 첫 무인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도 화성 대기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며, 톈원 1호는 5~6월께 화성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렇게 화성 탐험의 시도가 늘어나는 것은 지구 주위에서 단시일 내 인간이 영구 거주할 만한 다양한 자원을 갖춘 곳이 화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화성을 비롯한 우주는 무한한 보고인 동시에, 오늘날 인류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최고의 탐험 영역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를 총괄 관리하는 앤드루 레이더는 신간 ‘인간의 탐험’에서 원시 인류의 대륙 이동부터 우주 개척에 이르기까지 인간 본능의 산물인 도전과 탐험의 욕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7일 공개한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표면을 이동하며 보내온 사진. /AP연합뉴스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7일 공개한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표면을 이동하며 보내온 사진. /AP연합뉴스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저자가 책에서 가장 초점을 둔 대목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다. 저자는 우주의 다른 행성으로 눈을 돌리고 개발해야 하는 당위성을 독자들에게 설득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우주를 개척하는데 성공하면 지구에도 엄청난 이익이 될 것”이라며 “우주여행은 미래의 더 가치 있는 삶을 약속하고 삶의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태양계에 현재 지구의 인구보다 수천~수십 억 배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가 있다며, 태양계 곳곳에 인류의 정착지를 마련한다면 자원 채굴과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저자는 “200년 전만 해도 인류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체를 만들 수 없었다”며 “분명히 좋은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책 전반부에서 펼쳐지는 선조들의 탐험과 도전사는 우주 개발과 같은 ‘선을 넘기 위한 도전’이 어떻게 인류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가깝다. 책이 아우르는 탐험의 역사는 원시 인류가 동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한 것부터 시작해 폴리네시아, 고대 이집트, 그리스·로마 등 고대의 탐험을 거쳐 중세 대항해시대와 마젤란의 세계 일주, 현대의 우주 탐험까지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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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 당시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와 중국의 정화가 각각 탐험에 나섰던 경로. /사진제공=소소의책대항해 시대 당시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와 중국의 정화가 각각 탐험에 나섰던 경로. /사진제공=소소의책


저자는 특히 유럽과 중국의 사례를 대비하며 역사적으로 탐험에 적극적이었던 국가들이 여러 문명을 접하면서 세계 무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럽은 세상의 중심과 거리가 먼 낙후된 변방이었지만 대항해시대라는 거대한 탐험의 시기를 거치면서 지구의 거의 모든 곳과 연결됐고, 마침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 반면 대항해시대의 강국이었던 중국은 명나라 시절 정화 제독이 인도양으로 7차례나 원정을 떠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탐험에 나섰지만, 보수적 유학자들이 집권한 이후 외국과 교류가 차단됐다. 그 결과 중국의 기술 발전은 매우 침체됐으며 아편전쟁으로 시작되는 오욕의 역사를 겪게 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다만 저자는 이 같은 개척과 탐험이 필연적으로 약탈과 노예무역, 식민주의, 제국주의 등을 낳았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빈곤과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벌어진 비극이라고 할 뿐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에게 있어 탐험이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따라서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마저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결국 살아남을 확률이 0%인 편도 여행이며, 이 무서운 확률을 피하려고 성취의 기쁨 대신 완벽한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한다. 역사는 지금까지 아무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하려는 모험이 우리에게 놀라운 일을 가져다 준다고 일러주고 있다.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인구 구조의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 9호가 지난 4일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 9호가 지난 4일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물론 제국주의의 사례에서 보듯 탐험의 역사는 파괴의 역사이기도 했다. 우주 시대를 향한 도전도 관점에 따라서는 지구에서 더 이상 약탈할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의 시선이 우주로 향하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도전과 모험의 역사가 제국주의로 변질된 역사적 맥락에 관한 성찰을 바탕에 깔고 접근해 볼 만한 책이다. 2만5,0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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