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상장 첫날 상한가로 직행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시가총액이 13조 원으로 불어나 단숨에 코스피 시총 순위 28위에 올랐다. 풍부한 유동성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거 몰리며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유통 물량이 적은데다 매수 대기 물량만 640만주에 달하는 등 주식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초가 대비 30%(3만 9,000원) 오른 16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시초가가 공모가(6만 5,000원)의 2배로 결정된 뒤 바로 상한가로 치솟아 공모가 대비 160% 이상 올랐다. 시총은 12조 9,285억 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따상(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는 것)’에 성공하며 주가 급등으로 정적·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장이 시작되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집중되며 극심한 매매 정체가 벌어지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 물량의 85.26%에 해당하는 1,076만 주에 의무 보유 확약이 걸려 있다. 의무 보유 확약 주식은 적게는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상장일 유통 가능 주식은 889만 7,510주로 발행주식의 11.6%에 불과했다. 공모가 기준 유통 주식 규모도 5,784억 원으로 빅히트(9,045억 원)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상장 첫날 거래된 물량은 총 75만 8,239주로 유통 가능한 주식 대비 8.5% 수준이었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극히 적다 보니 장이 마감되기 전까지 주식을 매입하려는 매수 대기 물량은 640만 주가 넘었다. 시가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이 쌓인 채로 장이 끝났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코로나19 백신과 프리미엄 백신 개발로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상장 이후 코스피200 편입,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1상 결과 발표 등 성장 동력이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투자자들을 비롯해 임직원들도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이날 공모주 투자자의 경우 주당 10만 4,000원, 즉 2.6배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293490)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보다 수익금이 더 많다. 또한 우리사주로 평균 7,597주를 받은 임직원은 1인당 평가이익이 평균 7억 7,8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안재용 대표이사 등 임원 4명이 받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주당 9,154원으로, 주가를 반영할 경우 총 873억 원으로 계산된다. 임원별로 175억~349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불어 6,000만 주를 보유한 대주주 SK케미칼(285130)은 지분 가치가 10조 1,000억 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다음날도 한 번 더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에 성공할 경우 시총은 삼성생명보다도 커져 코스피 순위 22위까지 오르게 될 것”이라며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까지 성공할 경우 주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 거래된 SK바이오사이언스 상한가 물량의 약 70%를 특정 증권사가 독식하는 현상이 재연됐다. 장중 거래된 76만여 주 가운데 53만여 주가 교보증권 창구 한 곳에서만 거래된 것이다. 3만 2,000여 주를 사들여 매수 상위 2위에 이름을 올린 키움증권과 비교해 16배가 넘는 규모다. 업계는 교보증권을 이용하는 소수의 투자자가 장 시작 직후 유통 물량을 독식할 정도의 대량 주문을 한 번에 내 물량을 쓸어가는 이른바 ‘상따팀’이 가동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증권사 한 곳이 ‘따상’ 물량을 쓸어갔던 현상은 과거 SK바이오팜(326030)과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첫날에도 나타냈다. 두 회사 모두 다음날 역시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던 점을 볼 때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