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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백혈병, 표적치료제로 생존기간 3배↑"

◆조병식 서울성모병원 급성백혈병센터 교수

평균 생존기간 26→75개월로 늘어나

노인 등 ‘저강도 항암요법’과 병행하면

관해율 25→65%로 젊은층과 비슷해

완치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 75세까지↑


급성 백혈병에서도 지난해부터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나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표적치료제가 국내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 관해율과 생존율·완치율 등 치료 성적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관해는 골수검사에서 20%(대개 80%) 이상을 차지하던 백혈병 세포나 미성숙 백혈구가 항암치료를 통해 5% 미만으로 줄어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는 정상 상태. 백혈병 증상이 거의 없어지고 백혈구·혈소판 수치와 면역학적 기능이 원래 상태로 거의 돌아오지만 완치된 것은 아니다.



환자 가운데 예후가 좋은 30%가량은 항암치료만으로 완치된다. 반면 예후가 보통이거나 나쁜 70%는 재발 위험을 판단해 약물치료를 계속하거나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이식 전처치 후 부모형제, 비혈연 공여자, 제대혈 등의 조혈모세포(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만드는 세포)를 이식해야 완치할 수 있다.

사진 설명사진 설명




◇항암치료 안 듣던 30대 환자, 표적치료제 덕분에 직장 복귀

# 42세 여성 A씨는 지난해 1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병이 없던 그에겐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오래 전부터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세포독성 항암제로 1개월여 고강도 1차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효과는 없고 A씨의 내과적 컨디션만 크게 떨어졌다. 의료진은 환자·보호자와 상의해 ‘저강도 항암요법+표적치료제(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으로 바꾸자 현미경 검사에서 백혈병 세포 등이 보이지 않는 관해에 도달했고, 변이 유전자도 사라졌다. 세 차례의 추가 약제 사용과 6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받은 A씨는 현재 재발 없이 추적관찰을 위한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 반복되는 구내염으로 진료를 받던 34세 여성 B씨는 의사로부터 “혈액 수치가 이상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2018년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FLT3-ITD 유전자 변이가 수반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환자의 20~25%를 차지하는 FLT3-ITD 변이가 있는 환자는 관해에 이를 확률이 낮고 재발도 잦아 예후가 불량하다. 하지만 이 변이를 겨냥한 표적치료제가 당시에는 없어 1차·2차 항암치료 등을 받았지만 듣지 않았다. 다행히 이 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간암 표적치료제(넥사바) 등을 쓰고 이듬해 1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 처음으로 관해에 도달했다. 그러나 4월에 재발한 것으로 확인돼 5월부터 FLT3-ITD 변이 급성 백혈병 표적치료제(퀴자르티닙)를 복용했더니 다시 관해 상태가 됐고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FLT3-ITD 변이 미검출)으로 나왔다. 세 차례 공여자 림프구주입술(DLI)까지 받은 B씨는 현재 추적관찰을 위한 외래진료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조병식 급성백혈병센터 교수(혈액내과)가 외래환자에게 급성 백혈병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서울성모병원 조병식 급성백혈병센터 교수(혈액내과)가 외래환자에게 급성 백혈병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건강보험 적용 안 돼 4주 치료 3,000만원 들기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의 조병식 급성백혈병센터(혈액내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 환자는 지병이 있고 장기의 기능과 회복력이 떨어져 고강도 표준항암치료를 받기 어려워 저강도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해율이 25%로 낮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베네토클락스)를 함께 쓰면 관해율이 65%로 표준항암치료를 받은 젊은층(70%)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급성 백혈병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이 적고 관해율을 높이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 환자들이 복용하려면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저강도 항암요법(디싸이타빈 등)과 베네토클락스를 병용할 경우 기존에 단독요법으로 쓸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디싸이타빈 등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월 1,000만원가량을 본인부담해야 한다.

표적치료제 중 기존 항암치료와의 병용요법에 쓰는 미도스타우린은 한 사이클(2주)에 950만원,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불응성 환자에게 단독으로 쓰는 길테레티닙은 한 사이클(4주)에 최대 3,000만원의 본인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길테레티닙은 2사이클 동안 복용하면 관해율이 40~50%로 올라가고 4~5사이클 복용하면 완치를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데 약값만 총 1억원 이상 들 수 있다.

비정상적인 백혈구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급성 백혈병 환자의 혈액세포 현미경 사진.비정상적인 백혈구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급성 백혈병 환자의 혈액세포 현미경 사진.


◇합병증 없으면 이식 6개월 안에 면역억제제 “안녕”

백혈병 환자의 15%가량은 IDH1 또는 IDH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데 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치료제(이보시데닙·에나시데닙)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해 환자의 약값 본인부담을 조건으로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사전신청’ 대상에도 들지 못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골수검사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표적치료제(예: 미도스타우린)를 쓰면 치료반응과 조혈모세포 이식 성적, 생존율을 높이고 생존기간을 3배 연장(평균 25.6→74.7개월)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 등 관련 제도상의 지원이 늦어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큰 금전적 부담을 감수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신속한 건보 적용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60세 이상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치료 반응이 떨어지고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학적 합병증에 취약한 편이어서 과거 이식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고령 환자도 견딜 수 있는 저강도·미니 이식 전처치 요법의 발전, 항생제·항균제·항바이러스제 같은 합병증 예방약·치료제의 잇단 개발과 관리능력 향상으로 상황이 변했다. 조 교수는 “우리 센터에서는 75세까지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하는 간·신장이식 환자 등과 달리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이 없으면 6개월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는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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