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北 비판에도...트럼프의 성과 '싱가포르 합의' 감싸는 韓

[알맹이 빠진 한미 공동성명서]

정의용 "2018년 북미 합의 중요"에 블링컨 언급 피해

신동맹체제 '쿼드'두고도 딴소리...한미 입장차 확인만

문 대통령, 미 국무·국방장관과 기념촬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2021.3.18 cityboy@yna.co.kr (끝)문 대통령, 미 국무·국방장관과 기념촬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2021.3.18 cityboy@yna.co.kr (끝)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안보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를 논의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종료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7일에도 “중국이 강압과 침략을 통해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티베트의 인권을 짓밟고 남중국해에서 인권법을 위반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대중국 입장은 이날 한미 장관 공동성명서에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회담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러한 접근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대중 외교 방향과 우리 정부의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외교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초라한 성명서…회담 20분 연장되기도=한미 장관은 이날 9시 30분부터 90분간 회담을 예고했다. 하지만 20분가량 연장됐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대화가 풍성하게 이뤄지면서 회담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양측 간 의견 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공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를 살펴보면 우리 정부와 미국의 견해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성명서에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서 강조해왔던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지고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문제를 우선 관심사로 여긴다’는 문장만이 담겼다. 이는 우리 정부와 합의를 거쳐 조율한 문장인데 바이든 정부의 대북 메시지와는 차이가 나타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속 강조하고 있는데 성명서에서는 뉘앙스의 차이가 느껴진다”며 “미국이 대북 정책과 관련, 공조의 의지를 보였지만 서로 입장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싱가포르 합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앞으로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의 평화 정착, 비핵화 해결 등 기본적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모든 옵션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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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도 성명서에는 담기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전날 정 장관을 만나며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서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러한 내용이 모두 담기지 않았다.

◇동맹 외교 후순위 우려도=중국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 차는 극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등에서 중국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성명서에는 아예 ‘중국’이라는 단어가 담기지 않았다. 이는 이보다 앞서 열렸던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해양 진출과 홍콩 및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비판한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신동맹 체제인 ‘쿼드’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 장관은 “쿼드에 대한 집적접인 논의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또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한 나라를 택하긴 어렵다”고도 했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쿼드가 비공식적 동조국들의 모임이며 한국과도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모임은 한미일 협력과 일맥상통하며 굉장히 큰 혜택을 가져온다”며 쿼드 참여를 제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를 확인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동맹 구상에서 한국이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동맹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율해가고 있는 시점”이라며 “우리 입장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미국과 함께 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 점을 미국 정부가 확인하고 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미일 외교·국방장관 성명서와는 확연히 다른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구축할 핵심 동맹 체제에서 후순위로 고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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