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카메라 앞에서 상호 비방전…美·中 긴장 되레 더 높아

■알래스카서 첫 고위급회담

날선 비판·비아냥 주고받아

“관계 악화 피할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지게 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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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8일(현지 시간) 알래스카에서 미중 회담 시작과 동시에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에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놓고 중국을 비판한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순방에서 중국을 비판가하며 한일 양국에 중국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런 기조를 자신의 안방에서도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신장 지역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홍콩·대만·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이 대화에 오를 것”이라며 압박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의 우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옹호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의 지적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했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조롱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력과 금융의 우위를 활용한다”면서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하기 위해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중국 공격을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한다고 지적했다.



신장·홍콩·대만 문제에 대해 양 정치국원은 “이곳은 모두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중국은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다른 국가에 증진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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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에 있다.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어 “미국이 자기 이미지를 쇄신하고 세계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것을 그만두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로 미국 내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미국의 민주주의에 신뢰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도 회담 전 미국이 중국 통신 회사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왕 부장은 “중국 대표단이 미국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면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이 한 시간 넘게 미국을 비판하자 블링컨 장관은 재반격을 하기 위해 모두발언이 끝난 줄 알고 나가려는 기자들을 붙잡아놓기까지 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의 아시아태평양 국방정책 전문가인 에릭 세이어는 이번 회담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와 관련해 ABC뉴스에 “중국이 온건해질 수 있다는 낙관론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은 19일까지 총 세 차례의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공동성명과 같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자칫 이번 회담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ABC뉴스는 “회담 이전에는 적어도 이번 회담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회담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기후변화 등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를 따로 빼서 논의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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