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불법체류자에 시민권' 드리머법안 하원 통과

공화 반대에 상원 통과는 불투명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에 온 불법 이민자들이 지난 17일(현지 시간) 텍사스의 국경 지대 페니타스의 흙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뗏목을 타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넜다. /로이터연합뉴스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에 온 불법 이민자들이 지난 17일(현지 시간) 텍사스의 국경 지대 페니타스의 흙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뗏목을 타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넜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동기에 미국에 불법 이민한 이른바 ‘드리머’들에게 임시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요건을 갖추면 시민권을 주는 일명 ‘드리머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불법체류 농장 노동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기회를 주는 법안도 나란히 가결됐다.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리머법안은 찬성 228표 대 반대 197표로 통과됐고 농장 노동자 관련 법안은 찬성 247표 대 반대 174표로 더 여유 있게 하원의 문턱을 넘었다.

이 두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면 불법 체류자들은 추방당하지 않고 거주·취업할 수 있다. 군대에 갈 수도 있고 학업도 할 수 있다. 정해진 요건을 갖추면 시민권을 받고 미국인이 될 수 있다. 두 법안 모두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온 사람들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내 드리머는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에서 어린 시절 혼자 또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에 왔다. 범죄 조직의 폭력을 피해 도망 온 경우도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불법 이민한 탓에 생애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교육도 미국에서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 프라밀라 자야팔은 토론에서 “나 역시 16세에 인도에서 홀로 미국에 왔다”며 “이민을 범죄시하는 위선을 멈추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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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이민법 완화를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민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폭넓게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불법 체류자 1,100만 명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이 열리게 된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공화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민법 개정에 앞서 국경 지대의 보안 강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드리머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은 9명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한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다카)’ 제도를 폐지하고 국경 장벽을 쌓아가며 불법 이민에 강경 대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의 칩 로이 의원은 “국경 주변에 있는 범죄 조직은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어린이의 불법 이민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외신은 내다봤다. 재적 의원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공화당이 50석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18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의회에서 이민 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18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의회에서 이민 법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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