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국채금리 손놓는 연준…시장 충격 커지나

예상 깨고 SLR 완화조치 종료

국채수익률 관리 의지 낮아

물가, 금리 올려 대응한다지만

성장률 하락·증시 혼란 우려

"주가 10% 조정 받을 것" 전망

파월 23~24일 의회 증언 주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전망과 달리 은행 자본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하면서 현 상황에서는 국채수익률을 관리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연준은 국채금리 상승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 경우 성장률 하락과 증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말 종료되는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월가 관계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SLR은 총자산 2,500억 달러 이상인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자산의 3%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한 규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해 금리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달 말로 원상 복귀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규제가 부활하면 은행들이 국채를 팔아치워 수익률이 더 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연준의 SLR 완화 조치 종료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국채금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해당 조치를 연장하면 연준이 수익률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장에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 업체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재앙까지는 아니지만 최적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18일 한때 연 1.75%를 넘어섰다가 하락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9일 다시 1.73% 선을 돌파했다.



연준이 국채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가가 많이 오를 경우 대응 수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금리 인상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며 자산 매입 조정 같은 긴축도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이 같은 도구들은 비용이 수반되며 경제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1980년대 초 잇단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온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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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은 SLR 완화 조치 종료를 포함해 연준의 최근 움직임을 경기회복이 더 빨라지고 있으며 긴축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최고시장전략가는 “만약 경제가 연준의 수정 전망치보다 더 빨리 좋아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일시적일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오 그로호스키 뱅크오브뉴욕멜런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나 채권수익률 급등에 증시가 10% 정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연준이 국채 시장에 추가 조치를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로 국채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준이 채권을 더 사야 할 것”이라고 점쳤다.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2~3주 내 국채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익률 상승에 주요 연기금과 일본이 미 국채 매입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월가는 23일과 24일에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하원과 상원 코로나19 지원책 청문회를 주목하고 있다”며 “26일에 나올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수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월 연준 의장은 19일 WSJ에 기고문을 보내 “회복은 전혀 마무리되지 않았다. 연준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올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완화적 금융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표명했음에도 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자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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