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中企 시름시름

주석·전기동 등 1년새 최고 2배↑

품귀에 현금 先지급 요구 줄이어

자금 부족한 영세 中企 큰 타격

정부, 보조금 등 지원 확대해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용주산업을 방문해 김기홍 대표(오른쪽)와 시설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용주산업을 방문해 김기홍 대표(오른쪽)와 시설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주석·니켈·전기동·아연·납·알루미늄 등 6대 비철금속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할인 방출 등을 통해 원자재 수급을 돕겠다는 방침이지만 중소 제조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원자재 수급을 위해 정부가 중소 제조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앞으로도 가파르게 오를 경우 중소 제조업계의 경영난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기준 알루미늄(서구산) 가격은 18일 기준 1톤에 288만 원으로 두 달만에 12.5% 치솟았다. 구리 또한 1,106만원으로 15.2%, 주석도 353만원으로 30% 급등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겹쳐 치킨 게임 양상의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고 가동중단도 잇따르고 있다.

전기동을 소재로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동진이엔지의 이동호 대표는 “전기동 주조품 가격이 작년 7월 kg당 9,000원에서 현재는 1만8,000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보통 마진을 20% 정도 보는데 이제는 5%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 상승분을 납품 계약에 적용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생산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전기동을 핵심 소재로 삼는 용주산업의 김기흥 대표도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자금 부담이 크다”며 “중국 쪽으로 수요가 몰리다보니 동 품귀 현상이 벌어져 이제는 현금 선 입금이 필수”라고 말했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임정택 새희망 대표도 “요즘엔 원재료를 구매할 때 현금을 먼저 주지 않으면 매입이 안 된다”며 “가격이 많이 올라 작은 영세 기업에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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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중소기업 생산 현장에서는 가동 중단도 속출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도로 시설물을 만드는 S 중소기업은 최근 새로운 납품 단가를 맞출 때까지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춰세웠다. 두 달 사이에 알루미늄 가격이 20~30%가 껑충 뛰자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찬욱 한국알루미늄동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알루미늄 원자잿값이 40%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 추가로 20%가 더 올라 중간재로 가공하는 중소기업들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우선 생산을 중단했다"며 "원청과 제품 가격 인상을 협상 중이지만, 안그래도 코로나19 이후 주문이 줄어든 상태라 일감이 끊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원자재 가격을 최근 1년동안 급등세를 탔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대 비철금속은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달 18일 기준 전기동은 전년 동월 대비 90.84%, 주석은 90.31%나 올랐다. 니켈(40.73%)과 알루미늄(34.3%) 가격도 크게 뛰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 온기가 전달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달청은 지난 9일 2021년 제1회 비축자문위원회를 열었지만 원자재 비축물량 추가 확보까지는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축사업에는 올해 3,900억원(비축 1,900억원, 판매 2,000억원)으로 운영되며 외상 구매 상한선만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조달청 원자재비축과 관계자는 “큰 폭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매일 1~3%가량 할인을 해 중소 기업들의 원자재 수급을 돕고 있다”며 “현금 판매 뿐만 아니라 외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 연착륙을 위한 중장기적인 원자재 비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정부가 보조금 지급,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구입 대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앞으로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영세한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기흥 용주산업 대표는 “결국 영세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현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 중소 기업들이 원자재 구매에서 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채굴량 부족이나, 해양 물류 지연에 따른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단기 급등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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