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기 주거지인 경기도 과천시가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가 하락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 임대차법 여파에 신도시 사전 청약 수요까지 몰리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최근 들어 15주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올 들어 매매가는 2.63% 오르며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1.04% 떨어졌다.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세가 하락 2위는 전남 목포로 -0.82% 변동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전국에서 6곳뿐인데 그 중 하락 폭이 1%를 넘는 지역은 과천뿐이다.
과천 하락세가 유독 뚜렷한 것은 ‘입주 물량’ 때문이다. 지난해 과천푸르지오써밋과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등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했고 올해도 2,000가구가 넘는 과천위버필드와 과천자이 등의 입주가 예정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과천의 입주 물량은 2,988가구였고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인 5,553가구가 공급된다. 입주 물량 증가가 과천 전세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매 시장은 전세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과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63%다. 경기도 평균 상승률(4.66%)보다 낮지만 전국(2.90%) 상승률과 비슷하며 서울(0.89%)보다는 높다. 전세 하락세에도 매매가가 굳건한 이유는 과천 일대에 신도시·교통 호재 등 부동산 값을 올리는 호재가 끊이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과천의 전셋값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과천의 ‘전세가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가율 통계를 보면 과천의 전세가율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80%가 넘는 수준이었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졌고 올해 2월 들어서는 절반 이하인 49%까지 떨어졌다. 이 전문가는 “최근 몇 년 새 과천의 전세가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사용가치(전세)보다 자산 가치(매매)가 오버슈팅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