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공복(公僕)으로 지켜야 할 공항의 본분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직자를 흔히 공복(公僕)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僕)이 종이나 머슴을 뜻하니 과거 조선 시대라면 ‘공노비’이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가당치 않으니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공복은 원래 공무원의 영어 표현인 ‘public servant’를 그대로 한자로 번역해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봉사하는 공직자’에 대한 기대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 비춰본다면 공복에는 ‘기대’를 넘어 ‘봉사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권력을 갖고 있는 공직자가 공복의 본분을 망각했을 경우에 권력을 사사로이 쓰거나 종이 아닌 주인 행세를 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고시에 합격한 후 국토교통부 차관을 거쳐 지금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을 공직에 몸담고 있는 내게도 공복의 본분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화두다. 공복의 본분을 지켜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같은 공직이라고 하더라도 다루는 분야가 달라지고 대하는 상대가 다를 때 지켜야 할 본분의 모습도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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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으로서 인천공항의 본분을 공항이 추구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국민에게는 편리함과 안전함과 즐거움을, 나라에는 경제적인 활력을 주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인천공항은 다른 공항보다 요금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서비스는 훨씬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우리나라 제1의 수출입 관문이며 스스로 시설을 확장하고 가치를 높여 나라 살림도 채워 왔으니 공복의 본분에 소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울러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음에도 1만여 명의 협력 업체 직원들을 공공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여 고용 불안을 막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는 어떤 공항보다도 빈틈없이 방역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존폐의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대규모 적자 속에서도 수천억 원의 시설 사용료를 감면해 더불어 사는 길을 택했던 만큼 이 역시 공복의 본분에 맞는 일이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본분의 근본은 바뀌지 않겠지만 행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 시대의 뉴노멀에 걸맞도록 인천공항의 모습과 행태도 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인천공항은 낡은 것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불편을 보완하는 피동적인 공복이 아니라 불편을 예방하는 능동적인 공복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

국민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자신처럼 헤아리는 것, 이것이 공복이 가져야 하는 참된 주인 의식이기 때문이다. 공복의 고민이 깊어지니 문득 아침을 거른 공복(空腹)의 허기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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