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와 철강·화학 제품가격 상승 영향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단숨에 회복했을 뿐 아니라 9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全) 산업 업황실적 BSI는 전월 대비 7포인트 오른 83을 기록했다. 2011년 7월(87) 이후 최고치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인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로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5일부터 22일까지 전국 3,255개 법인을 상대로 실시됐다.
지난 2월까지 지지부진했던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최근 수출이 잘 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2단계가 유지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며 “기온이 오르면서 활동량이 늘자 내수도 회복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BSI 역시 7포인트 급등한 89로 2011년 7월(9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철강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1차 금속이 17포인트나 상승했고 화학·물질 제품도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12포인트 올랐다.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 가격 상승에 전자·영상·통신장비도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99)은 6포인트 오르면서 2011년 6월(9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78)은 9포인트나 올랐지만 지난 1월(78)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 격차는 21로 소폭 축소됐다. 기업 형태별로는 내수기업(85)이 11포인트나 상승하면서 3포인트 오른 수출기업(97)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제조업체들은 이달에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지만 비중은 2.7%포인트 감소한 20.2%를 기록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상승을 꼽은 기업 비중이 14.7%로 4.7%포인트나 급등했다.
비제조업 BSI(77)도 5포인트 오르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소비심리개선에 따른 내수 회복으로 도소매업이 11포인트 올랐고 미디어콘텐츠 판권 판매 증가 등으로 정보통신업이 8포인트나 상승했다. 광고대행 수요와 토목설계·감리 수주 증가로 전문·과학·기술도 10포인트 올랐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