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사령탑이 내달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3자 협의를 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이는 이 자리에 한국에서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다. 최근 미국·일본과 한국 간 대북 시각 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세 나라가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30일 성명을 내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달 2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맞아 3자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NSC는 장소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미 해군사관학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NSC는 이번 한미일 만남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안보사령탑 차원의 첫 다자대화라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대처 등 다양한 지역적 이슈와 외교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협의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공동 번영을 증진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우리의 협력을 심화·확대하는 데 우리가 두고 있는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 실장이 다음달 2일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방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 측은 서 실장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한미일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특히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과 별도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갖고 대북정책 조율을 포함 한미동맹,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등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타무라 국장과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일 간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의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대북정책의 기본 골조를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대북관은 미국·일본과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중대한 인권 이슈로 △부패 △대북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 △군대 내 동성애 불법화 법률 등을 꼽았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에 대한 부패혐의 수사, 윤미향 의원의 횡령 혐의 기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 재산축소 신고 논란 속에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 등과 함께 대북전단금지법을 언급했다.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미국 의회의 청문회도 이르면 다음달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우리는 전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지독한 인권(침해) 기록에 대해 계속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회견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고,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당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해체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여정은 30일 또 다시 담화를 내고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라고 직접 인정했다. 당시 김여정은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며 문 대통령을 모욕하기도 했다.
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긍정적 검토를 공개 촉구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사업이 선행돼야 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