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체 사주 A 씨 일가는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시 등에 상업 용지, 빌딩, 아파트 등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렸다. 취득 자금 출처 추적에서 회사가 대표에게 차입한 것처럼 가공 부채(차입금)를 만들고 이를 상환하는 형식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근무 사실이 없는 직원과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가공 경비를 계상했다. 과세 당국은 법인이 누락한 수입 금액과 가짜 부채를 확인하고 사주의 취득 자금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고양창릉·부천대장·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예정지 6곳 등에 있는 31개 택지·산업단지 개발지역의 토지 거래를 분석한 결과 165명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3기 신도시 투기 혐의 거래 시기와 국세 부과 제척기간 등을 고려해 발표일 이전 5년 이내인 지난 2013년 이후부터 ‘일정 금액’ 이상 거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조사 대상자 유형을 보면 토지 취득 과정에서 자금 출처 부족 등 취득 자금을 편법 증여 받은 혐의가 있는 자가 115명이다. 이들은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예정지역의 개발 계획 발표(주민 공람일) 이전에 해당 지역의 토지를 취득한 연소자와 고가 토지 취득자, 수차례에 걸쳐 다수의 필지를 취득한 자 등이다. 일정한 소득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 소득·재산 내역과 소비·지출 내역 등을 분석한 뒤 신고 소득 금액이 부족하면 조사 대상에 올렸다.
법인 자금을 유출해 토지를 취득하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있는 사주 일가 등은 30명이다. 신도시 등 개발지역의 대토보상권을 불법 거래하면서 법인 자금을 편취하고 호화 생활을 영위했다. 토지를 산 뒤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판매하며 매출을 누락한 기획부동산은 4개다. 또 영농을 하지 않으면서도 농지를 취득해 임대·양도하는 과정에서 매출 누락 혐의가 있는 농업회사 법인 3개, 고가·다수 토지 거래를 중개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누락한 혐의가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 13명도 포함됐다. 다만 조사 대상자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나 공직자, 그 특수관계인이 포함됐는지에 관해서는 ‘분석 대상과 조사 기준을 정해 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일례로 하남교산의 토지를 소유한 B 씨는 본인을 사주로 하는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어 이 법인에 토지를 양도하면서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았다. 농지 소재지 거주자가 자경 요건을 갖춘 농지를 농업회사 법인에 양도하면 양도세가 감면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하지만 B 씨는 자경을 하지 않아 불법 감면을 받은 혐의와 함께 농업회사 법인의 주식을 자녀 등이 주주로 있는 다른 법인에 저가로 양도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금융거래 내용을 확인해 자금의 원천을 끝까지 추적하고 필요시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과 관련 법인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주의 부당한 자금 유출이 확인되면 자금 흐름을 추가로 확인해 사주의 개인 사업체까지 검증한다. 허위 계약서나 차명 계좌 사용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고발 및 관계 기관 통보 등 엄정 조치한다. 국세청은 2일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투기 의심 거래를 제보 받는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을 본격 가동해 분석을 한층 강화하고 추가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별해내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