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후 혈전 형성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 혈전증 간 명백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EMA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MA의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와의 인터뷰에서 "AZ 백신과 낮은 수준의 혈소판과 관련된 매우 희귀한 혈전증 사이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의견으로는 (이 증상이) 백신 접종과 관련이 있다는 게 명백하다. 다만, 무엇이 이런 반응을 일으켰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며 이를 규명하는 게 앞으로의 핵심 연구 과제라고 설명했다.
카발레리는 EMA가 조만간 AZ 백신과 희귀 혈전증 간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언급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성보다 더 크다는 EMA의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카발레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EMA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현재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MA 대변인은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며 그 시점은 7일이나 8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MA는 지난달 AZ 백신 접종이 일반적인 혈전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특이 혈전과 관련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MA는 이와 관련한 안전성위원회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회의 기간 최신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EM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예방에서 AZ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혈전증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안전성 우려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60세 미만에 대해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거나 다른 백신과의 교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영국도 젊은 층에 접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