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당국 이례적 접종 보류…멀어지는 ‘‘11월 집단면역’

■ AZ 백신 안전성 논란 확산

보건교사·돌봄 종사자 등 접종 잠정 연기

잇단 혈전증 진단에 불안감…EMA “혈전 연관 가능성 있어”

전문가 "이번엔 철저한 검증 필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68명으로 최근 89일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한 7일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68명으로 최근 89일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한 7일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질병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 부작용 유발 우려를 고려해 접종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구축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과 혈전 부작용이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AZ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까지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질병당국은 8일부터 AZ 백신 접종 대상으로 분류된 학교 및 돌봄 현장 종사자 중 접종에 동의한 14만 2,200여 명,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60세 미만 대상자 3만 8,771명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질병 당국이 전격적으로 접종 중단을 결정한 것은 7일 국내에서 세 번째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진단 사례’가 발생한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이번에 혈전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대 의료 기관 종사자로 지난 달 18일 AZ 백신을 접종한 후 12일 만인 같은 달 29일 증상이 나타났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진단 때와 같은 뇌 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무 기록상으로는 ‘폐혈전색전증’인데 최종 기록은 ‘심부정맥혈전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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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앞서 20대 남성이 AZ 백신 접종 후 CVST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고 사망한 60대 환자에게서 혈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망자는 부검에서 혈전 소견을 보였으나 당국은 백신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당국에서는 이번 사례가 현재 유럽 등에서 문제가 되는 CVST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진단 사례가 이어지면서 불안이 커지자 국내외 유사 사례 발생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접종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CVST는 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해 뇌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혈전증과는 다르며 다양한 원인(코로나19 감염 포함)에 의해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EMA 역시 이날 혈전생성과 관련한 안전성위원회 평가 결과 AZ백신 접종이 희귀 혈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나 매우 드문 부작용 사례로 여전히 접종의 이득이 더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EM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전 세계 AZ 백신 접종 약 920만 회 중 총 62명에게서 CVST가 확인됐다.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해 온 국내외 전문가들은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혈전 생성 부작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백신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질 경우 접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현재 관찰된 발생률이 자연 발생률보다 5~10배 정도 높아 분명히 이상 신호라고 볼 수 있으며 영국 등도 자연발생률보다 높다”며 “AZ 백신 접종과 혈전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점차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우리나라는 약 80만 명이 AZ 백신을 접종했고 1건의 CVST가 보고돼 발생률이 영국과 유사하다”며 “해외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국내 기저율 측정과 발생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가 AZ 백신과 혈전 간 연관성을 인정하고 우리 정부가 접종을 중단하면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국은 상반기 1,2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할 계획이지만, 전체 접종 인원 중 AZ 백신 의존도가 높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접종 기피 분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혈전 질환은 인종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위험과 이익 계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접종을 진행할 경우 아나필락시스 정도에 준하는 주의 사항과 모니터링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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