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계의 통설을 뒤엎고 민족사관을 정립한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가 '고조선 연구'와 '한국 열국사 연구'의 방대한 내용을 압축한 책 '한국 고대사'를 펴냈다. 1,000쪽이 넘는 고조선 연구와 900여 쪽에 가까운 한국 열국사 연구까지 학자로서 평생 공부한 내용을 요약해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서양 역사의 틀과 기준에 맞춰 동아시아의 역사를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시대 분류와는 다른 시대 구분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한국 고대사를 국가이전시대, 고조선시대, 열국시대로 구분한다. 국가이전시대는 그간 선사시대나 원시시대라고 명명돼 왔던 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다. 저자는 무리사회, 마을사회, 마을연맹체사회 3단계로 나누어 한민족이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세우기 이전에 어떠한 사회 변화를 겪었는지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학계에서는 국가이전시대를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로 나누어 서술하는데, 책은 이러한 구분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라는 명칭은 사람들이 사용한 도구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의 주체는 사람이므로 사람들이 사용했던 도구가 주체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당시 사람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을 다루는 고고학의 시대 구분 용어로는 적합하겠지만 사람이 주체인 역사의 시대 구분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다.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시기는 열국시대다. 열국시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시기다. 철기의 보급과 함께 일어난 토지에 대한 경제 관념의 변화는 각국이 영토를 확장하도록 만들면서 영역국가 출현으로 이어졌다. 철제 농기구 사용으로 노동 능률이 향상되면서 넓은 토지를 개간할 수 있었으며, 생산량이 증대되고, 토지 소유자들이 늘어났다. 노동의 단위가 집단에서 개체로 변해 토지 소유주와 노동자 사이의 생산 관계가 처음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다. 이러한 변화는 고조선 이래 새로운 사회로의 출발을 예고한다. 즉, 열국시대 말기인 4세기 말을 전후해서 한국사에서 고대사회가 끝나고 중세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책은 기나긴 국가이전시대를 지나 고조선시대로 접어들었다가 고조선의 거수국이었던 여러 나라들이 독립해 열국시대가 전개되는 상황을 사료에 입각해 서술하고 있다. 1만8,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