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카페가 문을 열자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의 허가취소 요청이 빗발쳐 영업 사흘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지난 10일 용인시 시민청원 게시판 '두드림'에는 '기흥구 구갈동 구갈초등학교 인근 청소년 유해시설 리얼돌체험방 허가 취소 요청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개관을 앞둔 기흥구청 인근 대로변 상가 2층 리얼돌체험관 반경 500m 이내에 3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와 11개 유아교육시설이 있다"면서 "유해시설인 리얼돌체험관의 인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13일 약 4만명이 동의했다.
맘카페 등 용인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말 경악스럽다. 어찌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오가는 건물에 저게 뭡니까, 영업허가가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 폐업하도록 하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용인교육지원청은 해당 업체가 교육환경법을 위반했음을 확인해 법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용인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업체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얼돌 체험관 또는 체험카페는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까지인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는 영업할 수 없는 여성가족부 고시 금지시설(성기구 취급업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해당 체험방은 반경 200m 내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존재해 금지시설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는 바로 시설을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용인교육지원청은 법에 저촉되는 시설인 만큼 계도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리얼돌과 관련해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인용 여성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 성인용품업체가 지난해 1월 중국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다 김포공항세관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통관을 보류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관세청은 "아동·청소년이나 특정 인물 형상의 리얼돌 유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며 "리얼돌의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세관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허용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항소했다.
또 아동·청소년과 특정인 외모를 본뜬 리얼돌을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아동·청소년과 특정인 외모를 본뜬 리얼돌을 규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달 4일 대표 발의했다. 아동 리얼돌을 제작·수입·수출, 소지하는 경우 처벌하고,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변종 성행위 업소인 리얼돌 체험방을 이용한 성 산업을 방지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