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은 공동기획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4050 여성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THE배우다’의 양춘미 대표입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서비스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런데 세상에 없다면 그 서비스를 만들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당당한 엄마의 모습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양 대표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Part 1. “내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14년 동안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 돌연 창업을 하게 된 이유
14년 동안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 돌연 창업을 하게 된 이유
- 안녕하세요 양춘미 대표님!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아홉 살이 된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THE배우다’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양춘미입니다.
‘THE배우다’는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아이의 재능을 탐색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교육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고요. 재작년 11월에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 지금의 THE배우다가 나오게 된 건 작년 4월이에요.
처음에는 ‘학원계의 배민’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우리 플랫폼을 통해 학원과 학부모가 연결이 되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방향이 살짝 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학원을 일일이 방문하기 쉽지 않았고, 학원들도 거리두기 방침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고요.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숨고르기 하는 동안 ‘정말 괜찮은 학원을 찾아보자’ 싶었습니다. 아이들 성장을 고려한 맞춤형 시설을 갖춘 학원, 좋은 커리큘럼을 가진 학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주는 실력있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 그런 학원들만 모아서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THE배우다’라는 플랫폼 안에는 정말 더(+) 배울 수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학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자료들이 존재하던데요!
"맞아요. 일단 저희는 학원, 그리고 학부모 이렇게 두 그룹의 고객이 있어요. 학부모들을 위한 클래스나 아이가 들으면 좋을 만한 클래스는 개별적으로 기획하기도 하고요. 학원에 직접 의뢰할 때도 있고, 그런 학원들을 학부모들과 연결하기도 해요. 또, 올해는 홈스쿨링 자료들을 많이 개발하여, 집에서 직접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에게 소개할 계획입니다.
자사몰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우다다’라는 민트색 알파카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나니 ‘굿즈 상품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제가 오랜 기간의 에디터 경력이 있기 때문에, 노트나 책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자체 제작품이 라인업되자 자사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우다다마켓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사회 생활을 못하게 되었잖아요. 엄마, 아빠랑만 노니까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결국, 콘텐츠가 답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우다다’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우다다 뉴스’도 만들게 되었는데요, 이 역시 어린이 맞춤형 신문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기존의 어린이 신문들은 성인 신문의 기사를 말투만 바꿔놓은 느낌이었고,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어휘를 아무렇지 않게 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이 기사를 이해하기 쉽도록 팁도 넣고요.
그렇게 애써서 만들었는데, 저희 아이한테만 보여주기가 아깝더라고요. 주변의 학부모들을 통해 좋은 피드백을 받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올려봤어요. ‘어린이 신문을 만들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 한 잔 가격으로 구독할 의향이 있는지...’ 하고요. 그 때 저는 그렇게 많은 댓글을 처음 받아봤습니다.
- 저희 아이가 10살이거든요. 아이들 눈에 맞춘 콘텐츠가 없다는 게 너무 공감돼요. 아니면 수학, 과학 이런 것들은 너무 학습 쪽으로만 다가가고요.
“맞아요.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것과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한 건데, 왜 그런 건 시장에 없고, 아무도 안 만들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 ‘THE배우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결심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필요하면 다른 학부모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아이가 7살쯤 됐을 때, 출판사를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위치에서 더 올라가면 관리자가 되는 거거든요. 사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에디터들은 그냥 책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해 버려요. 그런데 저는 이미 1인 출판사처럼 일하고 있었으니까, 굳이 다시 출판사를 차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출판사는 조용한 조직이거든요. ‘더 나이들기 전에 좀 더 역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고 고민했어요.
그 무렵, 이전까지 했던 ‘보육’이나 ‘돌봄’이 아니라, 아이 ‘교육’ 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간다든가, 공부를 잘한다든가, 성적이 높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교육, 이 성장기를 이해한 교육, 이 시기에 필요한 교육에 대한 관심이었죠. 경쟁보다는 바른 인성을 가지고 클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콘텐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분명 저와 같은, 이런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왜 이런 커뮤니티는 없을까?’, ‘이런 엄마,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는 왜 없을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건 내가 알려주고 싶다,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생각까지 자연스레 이어졌던 것 같아요. 아마, ‘THE배우다’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 마음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
- 전혀 다른 분야로 창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출판에서 스타트업은 뜬금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같은 물결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책을 만드는 일은 곧, 내가 만든 이 콘텐츠를 누가 볼까, 누가 살까,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이걸 고민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콘텐츠를 다룬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똑같아요. 콘텐츠를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것과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 이 둘이 같은 결 안에 있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미 ‘THE배우다’의 고객들은 정해져 있고, 그들의 니즈도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고요. 그래서인지 업무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에디터 때보다 지금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지난 14년 동안 책을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일을 하는 데 많이 힘들었겠죠. 출판사에서 일하는, 단행본을 만드는 에디터는 업무 강도도 센 편이고, 늘 정해져 있는 마감 기한에,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럼 책 한 권이 나오면 끝인가? 그것도 아니에요. 독자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홍보는 어떻게 할지 혼자 결정하고 끌고 나가야 해요. 책 하나를 마무리지을 때마다 창업 아이템 하나를 엑시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 직장인에서 창업가가 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일하면서 신경 쓸 것들이 훨씬 많아졌죠. 직원일 때는 위의 눈치를 안 봤거든요. 그냥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매우 직언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위에서는 저를 불편해 했겠죠? (웃음) 그런데 대표가 되고 나니까 직원들 눈치가 엄청 보이는 거예요. 마음은 더 불편해요. 직장생활에서 눈치 볼 사람이 생긴 거예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아지거나, 직원이 나지막이 한숨을 쉬어요. 그러면 제가 그때부터 눈치를 살피기 시작해요. 회사생활, 그 안의 관계들을 더 많이 살필 수 밖에 없게 됐어요."
- 지금 THE배우다 팀에는 어떤 분들이 함께하고 계신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재 일곱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팀은 외부 파트너이시고요. 제가 대표이면서 콘텐츠 기획과 홍보마케팅을 주로 하고 있고, 공동대표이신 선배님이 경영지원 업무 전반을 살피고 계세요. 그 외에도 저희의 중요한 파트너인 학원들을 관리하는 분들과, 앱 서비스를 지원하는 분이 계시고요, 디자이너와 영상 담당하는 분도 인하우스에 있습니다.
지내면 지낼수록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재미있는 사례로 학원관리 하시는 ‘고효율’ 님이 있습니다. 실제 성함이 고효율인 건 아니에요. 성이 고 씨인데 워낙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잘 챙기고 효율을 중요시하는 분이어서 붙은 별명이고요. 저는 즉흥적이고 액션이 빠르고 절차 따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분이지요.
그런가 하면 앱관리 담당하시는 분은 제가 살면서 이렇게 꼼꼼한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에 몰입하는 분이세요. 저도 전직 에디터였기 때문에 한 꼼꼼함 하는데, 이 분은 어떻게 이렇게 주어진 시간 안에 리서치도 철저하게 하고 그 내용들을 보기좋게 정리할 수 있는지 매번 놀라요. 인복이 있어서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다들 조용한데, 서로 케미가 잘 맞아서 화기애애하고 재미있고, 따뜻한 분위기예요."
Part 2. “저는 일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에요. 아이가 있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대표이자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 THE배우다의 대표로 사업을 준비하면서, 학원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요. 인상 깊었던 분들이나 혹은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었을까요?
“학원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이 많구나’ 하는 감동이 있었고, 정말 부지런히 잘 알려야겠다 하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도 오래 보냈던 논술학원이 있는데요, 여기는 제가 THE배우다 플랫폼을 만들 때 섭외 1순위였습니다. 수업의 내용이 무척 좋았을 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노력과 아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곳이었어요. 저의 서비스 초반에 학원과 교육 운영 등 실제 공급자 사이드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많은 참고를 할 수 있었어요.
또 다른 곳은 미술 수업을 하는 그림책심리연구소인데 전부 미술심리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작은 활동과 반응 하나하나도 세심하게 살피고 아이들 고유의 독특함을 잘 지켜주며 수업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걸 보며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사실 사교육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 ‘좋은 교육과 교육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다만 ‘학원’이라는 선입견에 가려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더군요."
- THE배우다는 그런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뜨리며 준비한 서비스였네요.
"네. 그리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고객의 니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제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채널을 활용해서 최대한 다양한 부모님들을 만나보고자 했습니다. 부모님들을 만나본 것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쪽을 깊이 살펴본 것인데요, 폭넓은 부모님들 중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를 정의하기 위해 인터뷰 사전 준비에도 많은 공을 들였어요.
그런데 여러 부모님들을 인터뷰할수록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다양한 니즈가 존재하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서비스는 어느 방향에 초점을 두고 나아갈 것인가를 정말 깊이 고민해야만 했어요. 말 그대로 굉장히 ‘멘붕’이었지요.
이 상황을 (앞서 말한) 고효율님과 상의했습니다. 그러자 고효율님은 저에게 가수 윤종신 씨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요, 가사 장인 윤종신 씨는 가사를 쓸 때 딱 한 사람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고 작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날카롭게 이야기가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객의 정의가 아닌, 제 자신에 대하여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자신에서 다시 출발해보기 위해서요. THE배우다 최초의 고객 페르소나 정의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몹시 중요한 의사결정이었군요. 어쩌면 THE배우다는 지금 대표님의 분신같은 고객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맞아요. 실은 주변에서 저희 앱 내 여러가지 내용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조언들을 많이 합니다. 특히 같은 학부모들에게서 ‘아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활동’ (어른 보호자가 꼭 같이 하지 않아도 되는 교구재)을 확대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이는 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에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주제를 가지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누릴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아요. 저는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나누길 바라지, 아이에게 혼자 하라고 던져주는 교구재를 또 추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발행한 우다다 뉴스(THE배우다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신문 콘텐츠)에는 최근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의 기부 선언 소식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아이에게는 ‘기부’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등,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확장해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이러한 ‘상호작용’이 교육의 본질이고 돌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연결하고 전하는 것, 그것이 제가 타깃하는 마켓이고 목표입니다. 그래서 굿즈도 이에 맞춰 만들고 있어요. 혼자 쓰는 일기장이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쓰는 교환편지 노트, 부모가 격려의 한 줄을 담아주는 습관 캘린더같은 것들이에요. 저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가정에서 이룰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THE배우다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아이와 교육자, 보호자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 엄마로서 지내는 대표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워킹맘으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14년 동안 에디터로 일하다가 휴식 없이 바로 창업을 하셨어요.
"저한테 일하는 건 일상이었고, 하는 일을 그냥 되게 좋아했었어요. 싫어하는 일은 잘 안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냥 ‘이 일이 재미있네’ 하면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싫은 것, 맞지 않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애써 다루기 위해서 지나치게 쓰는 에너지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그 에너지를 모아서 좋아하는 것, 긍정적인 일 쪽으로 보내는 것 같아요.
- 혹시 내가 일하는 엄마여서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순간들은 없었나요?
"저는 미안하지 않아요. 일을 하는데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보다 저는 오히려 너 때문에 일을 한다는 둥, 너 장난감 사주려고 일한다는 둥,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굉장히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너 때문에 일한다, 우리 가족 먹여 살리려고, 돈 벌려고 일한다, 아이에게 이렇게 표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대신 “엄마 일해야지”, “엄마 일 좀 남았는데”, “엄마는 해야 되는 일이니까 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해요
“너도 크면 일이라는 걸 해야 돼.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건 내 능력을 사회에 펼치는 거고, 그에 따라서 많든 적든 돈을 벌 수 있는 거고, 그걸 가지고 생활도 할 수 있는 거야. 일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거고, 너도 나중에 너의 일을 가질 거야.” 라고 종종 설명도 해줍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일하고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도 마찬가지라고요. 그래서인지 제가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자연스럽더라고요.
‘익숙함’, ‘당연함’, ‘자연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아이랑 집에서 종이 접기를 하던 게 생각나는데요. 가방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다 접으면 서류가방이 되는 거였어요. “이건 누구 가방일까?” 하고 아이랑 이야기하는데, 엄마 가방이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엄마였거든요. 아이가 되게 어렸을 때였는데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일하는 엄마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오히려 워킹맘인 것이 창업이나 서비스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미 워킹맘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특화되어 있잖아요.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은 어떻게 맞이하려고 하나요? 사업과 관련되었거나, 혹은 개인적인 대표님의 계획들이 궁금해요.
"먼저 이번 봄, 대대적으로 플랫폼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클래스도 라인업을 늘리고 리뉴얼하여 좀 더 역동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앱으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이제서야 정식 버전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이제 정말 정식으로 출발선에 제대로 갖추어 서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캠핑을 무척 좋아해서 횡성 쪽에 주말농장 겸 공간을 마련했어요. 어떻게 여길 가꾸어가면 좋을지, 올해 가장 설레는 일이기도 합니다.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저는 영어 잘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어느 날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강연을 해야 한다면, 기왕이면 영어로 멋지게 하고 싶거든요. (웃음) 영어 잘하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어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글을 쓰고 삶을 공유하는, 힙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 지금도 굉장히 힙하신데요!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고, 적극적인 활동 중이시죠. 자기 PR을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줄 수 있는 용기나 팁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물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감수성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어떤 상식적인 선에서 내가 무엇을 하든 그렇게까지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SNS는 어느 정도 흘러가는 것들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하셔도 괜찮아요. 그 순간이 중요한 콘텐츠들이며, 시간이 지나버린 후에 실행하는 건 너무 늦을 수도 있어요.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신있게 본인을 드러내도 괜찮습니다.
- 이 시대의 여성 동료들이나 일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저도 정말 삽질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삐약이, 햇병아리입니다. 저야말로 정말 더 많은 동료들이 필요하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직 낯설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좀 어렵지만) 기왕이면 대면하여 만나고 자주 부대낄 수 있는 커뮤니티면 좋겠어요. 그렇게 서로 도우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각자가 되어가면 참 멋지겠다고 생각해요.
또한 저는 '문턱 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이야기 해라.” 이전부터 늘 주변에 이렇게 말해왔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무조건 다 도우려고 해요. 그리고 사실 도움은 ‘즉각적’인 게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곧바로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스여일삶도 그렇게, 문턱이 낮아서 누군가 어려움이 있을 때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일하는 여성들에게 활짝 열린 곳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저 또한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좀 잘 되고 가진 것도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웃음) 소위 말하는 큰 성공을 이루더라도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며 살고 싶어요. 특히 엄마인 분들, 엄마이면서 일하시는 분들은 특히 더 힘들 수밖에 없을 테니, 제가 많이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문턱 낮은 사람이 될 테니 많이 찾아주세요."
줌 화면 너머로도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던, 넘치는 에너지의 양춘미 대표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입니다.’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진 대표님의 삶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그리고 그런 에너지로 시작된 ‘THE배우다’로 또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저희에게도 느껴졌어요.
여자라서, 엄마라서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 필요를 ‘일하는 에너지’로 바꿔내는 것. 올 한 해, 더 많은 워킹맘 창업가들의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희망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스여일삶이 되겠습니다. 워킹맘 그리고 여성 창업가들 모두 화이팅!
/윤성원·김윤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