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차기 뉴욕시장 유력 주자인 앤드루 양이 내놓은 기본소득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막대한 예산이 무차별적으로 배포되는 기본소득보다 선별적으로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양 후보의 경제상황 진단과 해결책이 모두 틀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가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양 후보는 급속한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 모든 성인에게 매월 1,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이 틀렸다고 꼬집은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가 정말 급속한 자동화, 즉 그에 따른 노동자 수 감축 현상을 겪고 있는지 팩트체크부터 해보자”라며 “그건 급속한 효율성 향상을 의미할텐데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간하는 월간 노동리뷰 최신호 분석에서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의 둔화세를 보인다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내가 2019년에도 비슷한 지적을 했지만 양 후보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계산기 두드려 봤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그는 그 결과를 우리와 공유하지 않았고 지엽적인 부분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양 후보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기본소득 역시 막대한 비용 부담과 효과성 등의 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도 계산기를 두드려봤다”고 반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바이든 정부가 마련한 ‘성인 1인당 1,400달러의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방안도 4,110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이는 팬데믹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매년 연간 1만 2,000달러를 지급한다’는 양 후보의 제안은 매년 3조 달러 이상을, 영구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렇게 뿌려지는 돈은 부채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문제를 빼고라도 인프라 투자, 아동복지 문제까지 다른 복지, 투자 정책과 우선 순위를 다투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국의 정규직 근로자 중위 소득이 현재 주당 약 1,000달러 수준인데 기본소득액은 실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불충분한 액수라면서 “현 시점에서 최선은 실업자, 자녀가 있는 가정 등 조건별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봇이 일을 대신하고 자동화된다는 선전이 수준 있어 보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건 중도주의자들의 현실도피”라며 “불평등과 임금 침체는 노조가 쇠퇴하고 협상력을 잃은 것과 더 큰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