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 푸르덴셜은 지난 2019년 8월 인공지능(AI) 툴과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건강관리 등을 돕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인 ‘펄스바이푸르덴셜(Pulse by Prudential)’을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출시했다. 원격의료 상담 및 처방약 배달, 만성질환 관리 등을 통해 개인의 건강 목표 달성을 위한 밀착 관리를 해준다. 이후 인도네시아·홍콩·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 전체로 앱 출시를 확대하면서 2020년 3분기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900만 건을 돌파했고 동남아에서 주목받는 건강관리 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금융사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국내 금융사들도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을 고려하고, 국가를 넘어 특정 지역 진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신흥국에서의 혁신이 선진국으로 역류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석혜정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리드파트너는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동남아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인데다가 젊은 층의 모바일 친숙도가 높아 새로운 기회가 있는 곳”이라며 “현재 한국은 규제상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해외 신시장에서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후 규제 완화 등이 이뤄졌을 때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리버스 이노베이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펄스바이푸르덴셜’을 통해 제휴 의사와의 원격진료, 약 구매와 배달까지 가능한 체계가 디지털로 구축된 상태다. 앱을 통해 의사에게 자문도 구할 수 있는 형태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상태다. 석 파트너는 금융사들이 이처럼 규제가 없는 해외에 먼저 진출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 후 한국에서도 가능한 상황이 되면 돌아와 적용해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의 금융사들이 많이 시도했던 혁신 방법”이라며 “일본에서 규제나 인구구조상 어려웠던 다양한 혁신들을 동남아 시장에서 먼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보험 판매 채널이 은행 지점을 통해 판매되는 ‘방카슈랑스’ 중심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석 파트너는 “디지털 채널이 강화되면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별 국가가 아니라 동남아 시장 전체에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펄스바이푸르덴셜’의 경우 한 국가만 공략했다기보다 리전 와이드(region wide) 전략으로 접근해 동남아 지역 전체를 공략했다”며 “그 결과 25세 미만의 앱 다운로드가 35%에 달하고, 26~35세 젊은 세대가 30%를 차지하는 등 어린 신규 가입자들을 더욱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