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주 10병 먹고 70대 여관 주인 ‘성폭행’…항소 기각 재판장에 ‘돌진’

재판부 “피해자, 기억상실과 불안 등 장기간 요양 받아야”

“피고인, 잘못 반성하는 모습 보기 어려워” 지적

춘천지법 /홈페이지 캡처춘천지법 /홈페이지 캡처




지난 21일 오후 춘천지법 103호 법정에서 건장한 체격의 30대 남성 피고인이 재판장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돌진하는 등 위협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피고인은 판결 선고 내용을 들을 때부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재판장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언하자 재판장을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삿대질하며 성큼 다가갔다. 이에 법정 경위와 교도관 등 네댓 명이 달려들어 곧장 피고인을 제압했지만, 피고인은 바닥에 몸을 바짝 숙인 채로 끌려나가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 A(32)씨는 1심 재판에서도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등 상습적으로 돌발 행동을 보여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머물던 여관의 70대 주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새벽에 나체 상태로 피해자가 있던 계산대를 찾은 A씨는 놀란 피해자가 문을 닫으려 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제압했다. 이후 피해자를 간음한 A씨는 피해자가 손가락을 깨물며 반항하자 또다시 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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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A씨는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하자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법정에 있던 피해자의 가족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1심 재판부가 양형 이유에 “피해 현장이 극도로 참혹했다”고 밝힐 정도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의 모습에서는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단순히 상해를 입은 것을 넘어 외상 후 기억상실과 불안 반응의 증세를 보이고, 장기간 요양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등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고통과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등도 명령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범행을 저지를 의사가 없었고 술에 취해 심신을 상실한 상태였으며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이자 결심공판에서 A씨는 “정말 진심으로 하나님한테 맹세하고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진짜 항소를 포기하려고 했다”면서도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술·담배를 하지 않고 개과천선해서 나라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며 평생 죄인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역시 “범행 당일 소주 8병을 마신 뒤 범행 장소에서 2병을 더 마셔 범행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수한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선처를 구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성폭력 범행 의사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 점 등을 볼 때 범행을 저지를 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신상실 주장에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상황을 비교적 잘 기억하고 있고, 바로 신고한 점 등을 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한 노령 피해자의 침실에 침입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며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해서 상당한 큰 상해를 입혔다”며 “범행 현장이 극도로 참혹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과 합의하지도 못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강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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