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이 올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긍정적 수치를 통해 해소되면서 최근 한 달 코스피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5%나 개선됐다. 주식시장에 내재된 에너지가 또 한 번 커지면서 연내 ‘코스피 3,600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된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11포인트(0.07%) 내린 3,215.42에 종료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6%)을 발표하며 국내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지만 2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퍼지며 외국인 중심의 매물이 나왔다.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까지 올라오면서 숨을 고르는 양상이 반복되지만 제반 여건은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3곳 이상 존재하며 전일까지 실적을 공개한 코스피 상장사 25곳의 합계 1분기 영업이익은 23조 2,247억 원으로 컨센서스(21조 3,614억 원)보다 8.7%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공개한 기업은 총 18곳이었으며 LG전자(괴리율 22.6%), 포스코(20.6%) 등 11개 기업이 예상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막연했던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숫자로 확인되자 실적 눈높이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는 흐름이 관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 기업의 2021년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4조 615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5% 상향 조정됐다. 지난 1월 한 달간 2.1% 상승한 뒤 둔탁해졌던 오름폭이 실적 공개가 임박하자 다시 가팔라진 것이다. 현재 코스피의 합계 순이익 전망치도 148조 8,489억 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4.8% 뛰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별 기업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펜트업 수요가 있었고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을 가진 경제주체들이 투자와 생산에 자신 있게 임한 것이 실적 호전의 배경”이라며 “1분기 선진국 중심의 경제 개선 세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이며 금융 등 내수 업종에서도 호전 흐름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현 주가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연내 코스피가 3,600 고지를 밟을 수 있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이달 대신증권이 코스피의 상단을 3,630으로 제시한 데 이어 이번 주 하나금융투자도 3,655라는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통상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순이익 추정치는 연말로 갈수록 10%가량 낮아지는 패턴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증익 사이클에서는 예외적으로 상승을 반복하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 근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처럼 수출이 기저 효과를 기반으로 회복했던 경우 순이익 추정치는 연초 대비 평균 17% 상향된다”며 “과거 증익 국면 속 주가수익비율(PER)의 고점 16.2배를 적용해 올해 코스피 상단을 3,655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증세 발표, 점차 구체화하는 테이퍼링 등 긴축 위험 등 시장을 흔들 만한 요소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경기 확장세가 뚜렷하고 금리가 안정화하는 ‘골디락스’ 국면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조정 폭은 제한적이며 이내 상승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증익 구간에서 10% 이상의 조정이 나올 확률은 11%로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면서 “조정은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이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며 낙폭은 4~5%선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