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 가운데 전남 출신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기증작은 전남지역 대표작가이자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으로 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 1일부터 일반인에 공개, 전시할 예정이다.
주요 기증작 작가는 진도 출신 의재 허백련, 화순 출신 오지호, 신안 출신 김환기, 고흥 출신 천경자 등이다. 또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김은호, 유영국, 임직순, 유강열, 박대성 등의 작가도 포함됐다.
기증작 가운데 김환기의 '무제'는 전면점화(全面點畵)가 시작되기 전 화면을 가로지르는 십자구도의 작품이다.
또 천경자의 대표작인 '꽃과 나비', '만선' 등 1970년대 실험을 통해 동양화라는 매체를 넘어서고자 했던 작품도 기증받았다. 흙에 물감을 섞어 종이 위에 바른 '만선'은 재료의 텍스처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흔히 볼 수 없는 재료의 사용법이 눈에 띈다.
5점이 기증된 오지호의 작품 중 '풍경'과 '복사꽃이 있는 풍경', '잔설', '항구풍경' 등도 화면 속에서 공기가 순환하는 듯한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당 김은호의 '꿩-쌍치도', '산수도 10곡병풍', '잉어' 등은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가 유명한 작품이다. 유영국의 '산', '무제'도 산을 소재로 원, 삼각형 등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한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고품격 미술품 기증이 흔치 않은 일인 만큼, 이번 기증작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어 도민과 함께 미술문화를 누리는 기쁨을 공유할 방침이다. 기증작품을 작가 연구의 기초자료로 삼고, 미술사 연구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한 미술문화의 향유가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 단계 더 높은 컬렉션의 기반을 다지고, 연구·전시를 통해 지역문화 육성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광양=김선덕 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