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부유한 이들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소득을 앗아 가고 일자리를 잃게 하는 위기다.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지적됐던 빈부 격차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통계적으로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불공정 해결을 가로막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게 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조세정의네트워크(TJN) 대표가 쓴 이 책은 불공정의 원인이 공공데이터와 통계의 중대한 결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결함’이란 집계 불이행이다. 경제 피라미드 꼭대기층의 부와 바닥층의 사람들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춰진 부자들의 돈을 '언머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최빈층을 '언피플'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런 통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한 불공정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책은 국내총생산(GDP)과 지니 계수 등 경제 지표와 지수들도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며 ‘통계는 정치’라고 주장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제 활동을 집계에서 배제하고, 불평등을 온전하게 드러낼 지수는 통계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집계 불이행되고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치 권력을 움직일 수 있고, 각국 정부가 주축이 돼 세금을 회피하는 다국적기업을 적발하고 글로벌 소득세를 부과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1만6,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