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검찰개혁에 집중하면서 재벌·경제·노동 개혁은 멈췄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4년간 지지층의 주된 관심사인 검찰·언론개혁에 신경을 썼을 뿐, 실상 민생개혁에는 실패한다는 진단이다.
민변은 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세운 100대 국정과제의 추진 경과를 평가했다. ▲개헌 및 선거제도 ▲권력기관 ▲노동 ▲갑을관계 ▲재벌개혁 ▲부동산 등 6개 분야로 나뉜 평가에서 민변은 선거제도·검찰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특히 재벌(갑을)·노동·부동산·주거 등 사회·경제·민생 개혁에서는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각을 세웠다.
민변은 “2019년 경기 악화와 코로나 19 사태로 소득주도성장 이슈가 국정 과제에서 아예 사라졌다”며 “최저임금 1만원 등 소득주도성장담론의 주요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 기업 집단으로의 경제 집중과 재벌 총수의 불법 사익 편취, 지배력 강화 등을 막기 위한 지주회사 제도 개혁, 대기업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활동) 등 개혁은 지지부진하다”며 “21대 국회에서 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감독통합법 제정 ) 등 정책 입법화됐으나 재벌개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민변은 또 “DSR(연소득 대비 총부채상환 비율) 40% 규제도 지난해에야 뒤늦게 시행됐다”며 “종합부동산세(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도 2019년 부동산 버블이 심각해진 뒤 도입하면서 뒷북행정이란 비난도 받았다”고 꼬집었다.
민생 개혁이 늦어진 배경으로는 이른바 ‘집토끼’를 겨냥한 검찰개혁 등에 치중한 점을 꼽았다. 민변은 “검찰개혁은 검찰총장 해임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과잉 정쟁화돼 민생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며 “지지층 주된 관심사인 검찰개혁에만 지나치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권 수사에 대한 독립성이란 명분을 걸고 정쟁을 벌이면서 인권 보호·공정한 수사절차 확립이라는 개혁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고 개혁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민변은 “몇 개 개혁입법을 추진한 뒤 '공정경제를 어느 정도 추진했으니 이제 혁신경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은 민심과 괴리가 크다”며 “촛불혁명에서 표출된 사회 대개혁 요구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막상 국정의 중심은 신산업·벤처 육성 등 재벌이나 성공한 벤처 중견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민변은 끝으로 “촛불혁명의 여론을 수렴해 어렵게 정립한 100대 국정과제 등의 개혁과제가 허무하게 공약으로만 남는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