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일자무식 보통 아버지의 위대한 이야기 [책꽂이]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한대웅 엮음, 페이퍼로드 펴냄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전쟁 이후 먹고사는 것이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지만 14살은 머슴이 되기에는 너무 어렸다. 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넘쳐 흐르던 가을 운동회 날도 아버지는 소 먹일 풀을 베러 나서야 했다. 비료 대신 사용할 똥을 나르러 ‘똥장군’을 지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고, 그때 발등을 짓눌려 고름이 맺힌 상처는 여든인 지금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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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서당을 다녔을 뿐 일자무식인 아버지가 온몸으로 3남매를 키운 덕에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와 출판사 일을 하다 현재 서울출판예비학교(SBI) 출판 마케팅 담당 교수가 됐다. 그 아버지 한일순이 구술한 일생을 아들 한대웅이 글로 적었다.

아버지는 한국 전쟁의 잔재 위에서 4·19혁명부터 5월 광주항쟁과 1987년 6월 시민항쟁까지 격동의 한국사를 맨몸으로 관통했고, 중동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장사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잘 배운 아들은 대학에 들어가 전경에 맞선 이른바 ‘586세대’다. “데모하면 취직 못한다”며 꾸짖는 아버지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아들은 적잖이 갈등했지만 정작 경찰이 아들을 찾아 집에 들이닥칠 때 아버지는 그 앞을 막아섰다. ‘보통 아들이 쓴 보통 아버지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그 갈등의 봉합 지점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할 세대 갈등의 해법을 나직이 속삭인다. 1만5,8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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