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아트에 꽂힌 MZ…공간에 꽃핀 아트

[심희정의 컨슈머 인사이트]

▶예술에 열광하는 MZ세대

"희소·시대성 갖춰 만족도 높아" 아낌없이 투자

RM 갔던 미술관 따라다니고 인증샷 찍고 공유

▶'아트 핫스폿 찾기' 맞춰 '오프라인' 진화

백화점 정문 대형 조형물에 각층 설치미술·갤러리

호텔은 국내 젊은 작가 작품들 가득채워 감성 자극

루이비통 등 명품매장서도 세계적 예술가 전시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하이메 아욘 가든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하이메 아욘 가든


# 지난 2월 말 문을 연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안경을 진열한 매장 3층에서는 2m 높이인 거대한 로봇이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다. 4층 화장품 진열대 사이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묘사했다는 로봇 팔이 움직임을 반복한다. 오픈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체험 공간을 찾아 다니는 MZ세대의 기나긴 행렬로 설치미술로 볼거리가 많아진 젠틀몬스터 매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금세 도배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야외 활동과 여행이 줄면서 아이웨어 상품군이 큰 타격을 받자 젠틀몬스터는 MZ세대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깬 낯설고 놀라운 아트 공간을 기획했으며 이는 적중했다.

아더 에러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아더 에러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 MZ세대에 핫한 캐주얼 브랜드 아더에러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열 때마다 이슈를 일으켜 SNS의 핫스폿으로 인기몰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 공간을 모두 둘러봐야 의류 코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우주 공간, 빛, 건축, 오브제, 뉴미디어 아트 물질 등 시공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요소들이 브랜드에 더욱 열광하게 만든다. 3월 말 문을 연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옷을 무빙워크 작품들 속 오브제로 만들고 셀피를 찍고 난 뒤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봐야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트를 입히지 않으면 공간이 생존할 수 없는 시대. SNS에 올릴 인증샷을 건질 수 없는 공간은 MZ세대에 외면 받게 되는 시대. 오프라인 공간을 가진 유통 기업들이 아트를 접목한 공간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바일 쇼핑 중독이 보다 심화된 MZ세대를 디지털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아트적 요소’임을 절감한다”며 “그들은 아트와 컬래버레이션된 공간을 방문하면서 아트를 소비하는 것 같은 대리 충족을 느끼는 한편 SNS에 공유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만족감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나도 방탄 알엠처럼?…MZ세대가 아트에 열광하는 이유=방탄소년단 리더 알엠은 미술 사랑과 심미안을 드러내는 작품 구매와 전시회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이 취미인, 그야말로 아트에 꽂힌 대표적인 MZ세대다. 알엠이 전시회 인증샷을 올리면 어김없이 해당 전시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방문객들로 행복한 몸살을 앓는다. 작품 콜렉터로 유명한 알엠이 다녀간 미술관과 갤러리는 MZ세대의 성지순례 장소로 떠올랐고 ‘RM투어’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더현대 1층 스튜디오스 와인의 ‘스프링 포레스트’더현대 1층 스튜디오스 와인의 ‘스프링 포레스트’




아트 컬래버레이션 전문가인 한젬마 대표는 “대중의 아이콘인 알엠과 지드래곤의 지적 허영심이 아닌 진정성 있는 문화 소비에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찾아 구매하는 것에 MZ세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티스트가 꼭 화가일 필요는 없으며 일러스트레이터든 패션 디자이너든 아트를 소비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 여성의 초상화로 유명한 서형인 작가의 ‘마마콤마’ 일러스트를 구입한 30대 조 모 씨는 “과거에는 샤넬과 구찌·루이비통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줬는데 최근에는 명품이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명품은 그저 재테크일 뿐”이라며 “아트는 희소성과 시대성을 모두 가졌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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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MZ세대는 일찌감치 해외여행과 전시회·박람회 경험이 풍부해 어떤 세대보다 심미안이 뛰어나며 자신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인증샷을 과시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얻는 인스타 세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 각종 ‘아트페어’에 몰려가기도 한다. 나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아티스트 작품을 사면서 취향을 드러내고 이를 인증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순간 ‘힙’한 인물로 장식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여행에 들던 비용을 작품 구매로 전환하는 젊은 층도 크게 늘었다. 유명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필립 델롬의 개인전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작품가만도 500만~2,000만 원에 달했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30여 점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공간의 유혹…MZ세대의 시간을 얻기 위해 공간을 희생하다=갤러리들은 이제 예술 문화 명소가 되겠다는 백화점과 경쟁해야 할 상황이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곳곳에 아트를 놓아 최근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 6층에는 200여 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시설 ‘알트원’을 구성해 현재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비기닝 서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는 이례적으로 180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운영해 영국 디자이너 듀오 ‘스튜디오스 와인’의 체험형 예술 작품 ‘스프링 포레스트(Spring Forest)’를 설치했다. 거울로 둘러싸인 전시 공간에 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에서 나오는 비눗방울을 관객이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 어린 아이를 둔 가족 고객들이 몰렸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은 세계적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과 500평 규모의 문화 공간 ‘모카가든’을 꾸미면서 아예 국내 최초의 ‘갤러리형 아웃렛’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까지 본점 1층 정문 앞에 ‘장 줄리앙 스트릿 갤러리’를 만들어 3~4m 크기의 대형 조형물 형태로 아트워크 9점을 전시해놓았다. 줄리앙은 MZ세대가 선호하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디자이너로 국내 처음으로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하 1층 상품들을 모두 걷어내고 플라워아티스트 김다정 작가와 함께 화려한 컬러의 꽃을 사용한 몽환적 느낌의 인증샷 공간을 구성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메종 아카이브에서 판매 중인 마마콤마 일러스트롯데백화점 본점 메종 아카이브에서 판매 중인 마마콤마 일러스트


롯데백화점의 장 줄리앙 전시롯데백화점의 장 줄리앙 전시


신세계 센트럴시티는 6개월간의 리뉴얼로 4월 13일 고속버스터미널을 유명 미술 작품 갤러리로 둔갑시켰다. 세계적인 사진 작가 김중만 씨의 ‘티어드롭’과 ‘보이스 오브 헤븐’을 설치해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은 회화·사진·오브제·조각 등 120여점의 아트 피스들로 가득 채워져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신생 호텔들도 아트 공간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징은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MZ세대의 감성을 흔들고 있다는 것. 이미 SNS 인증샷 핫스폿으로 오픈하자마자 유명해진 몬드리안은 2층부터 1층까지 연결되는 이광호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과 신비한 분위기의 포레스트존, 고상우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감각적인 공간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다즈호텔의 레스토랑 조각보와 카페라운지 아츠도 MZ세대가 열광하는 공간이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요소인 적당한 개방감과 그린 인테리어, 아트 피스와 함께 수시로 바뀌는 예술 작품과 전시 등으로 수영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남 호텔 가운데 젊은 호캉스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작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미술관처럼 꾸며놓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작품도 구매할 수 있도록 미술관처럼 꾸며놓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몬드리안호텔에 있는 이광호 작가의 설치미술몬드리안호텔에 있는 이광호 작가의 설치미술


몬드리안호텔의 포레스트 존몬드리안호텔의 포레스트 존


◇명품, 아트로 정체성 밝히다=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새로운 회화의 획을 그은 독일 현대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전시 작품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것은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내 전시 공간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이다. 리히터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사랑 받는 세계적인 작가로 이번 ‘4900가지 색채’ 전시는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콜렉션을 한국 소비자들만을 위해 공개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명품 매출이 20%가까이 감소한 상황임에도 지난해 국내 명품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4조 원대였다. 루이비통은 꾸준히 전시를 통해 큰손인 MZ세대가 루이비통 브랜드에 젖어들기를 원한다. 중국발 사드로 시작된 위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MCM은 다시 한번 패션과 예술의 접점을 넓히며 젊은 층에 문화로 어필하고 있다. MCM은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갤러리라는 평가를 받는 쾨닉과 공동으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예술 공간을 오픈하고 카타리나 그로세, 노버트 비스키 등 30명의 대표 작품을 소개한다. 티파니는 이례적으로 백화점 티파니 매장을 뉴욕 5번가 티파니 공방과 유사한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꾸며 최근 MZ세대의 ‘보복 소비’ 덕분에 급성장한 기세를 몰아 이미지 굳히기에 한창이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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