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구용]유튜브 덜 보고, 이메일 지우면 지구가 살아난다고?

유튜브·이메일보단 코인 채굴로 인한 탄소배출 걱정해야

에너지효율화 기술 덕 디지털기술 탄소배출 1.5% 그쳐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사랑하는 지구용의 마스코트, 일용이.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사랑하는 지구용의 마스코트, 일용이.




지구용이랑 좀 안 어울리는 비트코인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열렬히 찬양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갑자기 암호화폐 채굴=탄소배출 끝판왕이라 못쓰겠네! 라고 선언했어요. 이런 뒷북이 어딨는지. 그래서 다들 머스크의 의도를 의심 중이고,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난리(관련 기사 묶음)래요.

▶비트코인 채굴, 얼마나 지구에 나쁘길래
캠브리지 대학이 계산해보니 비트코인은 연간 149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쓰는데, 인구 500만명 정도인 아일랜드에서 1년간 쓰는 양(2019년 기준 184TWh)과 비슷한 수준. 그리고 코인 채굴의 중심지인 중국에선 채굴로만 1억3,000만 톤의 탄소(2024년)가 배출될 전망. 이탈리아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에요. 채굴에 엄청난 수의 컴퓨터랑 서버를 돌려야 되거든요.

그래서 슬슬 규제가 논의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암호화폐 채굴에 수력, 태양력 등 대체에너지를 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혹은 탄소배출량 만큼 비용을 내도록 탄소배출권 거래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고. 모든 암호화폐가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탄소배출이 많은 암호화폐는 그만큼 가격이 깎이는 거죠(솔깃).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매일 고심하는 지구용사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허탈해지는 이야기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어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볼 때,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탄소가 꽤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게 아니래요. 하하호호 드라마를 보다가도 불현듯 엄습해오는 죄책감...을 덜 수 있게 된 셈. 스트리밍이랑 이메일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의 탄소배출은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공식 발표했어요.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살펴볼께요. ‘죄책감’의 발단은 2019년 7월 ‘시프트 프로젝트(프랑스의 싱크탱크)’가 낸 보고서였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한 탄소 배출이 2018년에만 3억톤(=프랑스 전체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규모)이라고, “넷플릭스 1시간=탄소배출량 1.6kg(자동차 운전 6.4km)”이라고 했었거든요. 외신들도 호들갑을 떨었구요.

그런데 IEA의 조지 카미야 디지털·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이 숫자가 심하게 부풀려졌다고 밝혔어요. 그의 결론은 ‘넷플릭스 1시간=탄소배출량 36g(자동차 운전 200미터)’이에요. 시프트 프로젝트가 잘못 계산한 이유는 이래서예요(숫자랑 안 친하면 쓱 넘겨도 돼용).

1. 디지털 기기의 에너지 효율이 지난 10년 동안 확 개선됐단 사실을 간과.
:시프트 프로젝트는 넷플릭스 1시간 시청에 드는 전력량을 6.1킬로와트시(KWh)로 계산했는데 요즘 TV도, 스마트폰도 그보다 적은 전기를 쓰거든요. 시프트 프로젝트는 나중에 6.1KWh→0.8KWh로 정정했어요.
2. 요즘 데이터센터는 다르다고!
:데이터센터 역시 에너지효율화가 이뤄졌어요. 2015년 이후 인터넷 트래픽은 3배나 늘었는데, 전세계 전기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때나 지금이나 1%에 불과. 그만큼 에너지 효율화 기술도 발전했단 의미예요.
3.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동안 1초마다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비트레이트)도 잘못 계산.
:시프트 프로젝트는 초당 24메가비트(Mbps)=시간당 10.8기가바이트(GB)로 기준을 잡았는데 실제보다 6배 많은 숫자. 역시 나중에 정정됐어요.


어쨌든 결론은, 넷플릭스·유튜브 시청은 상대적으로 저탄소활동. 극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낫대요.

이메일도 에너지효율화 기술 덕분에 탄소배출량이 과거보다 확 줄었어요. 가디언처럼 권위 있는 언론도 “영국의 모든 성인이 하루에 1개씩만 이메일을 줄이면 매년 1.6만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알고 보니 근거로 제시된 ‘이메일 한 통=탄소배출 1g’이란 수치는 10년 전 계산이라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적은 배출량이니까 굳이 이메일을 지워가며 죄책감 느낄 필요 없대요.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그럼 지구용사들은 뭘 하면 좋을까요? 소소한 팁 공유할게요. 유튜브를 틀어놓고 딴짓을 할 땐 영상 말고 오디오만 틀어두면 전기 절약(=탄소 절감)이 가능하대요. 또 커다란 TV보다는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로 영상을 보는 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이라고. 새 폰이나 태블릿으로 자주 바꾸는 습관도 버리는 게 좋대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8이라면, 폰을 쓰면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2에 그친다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스트리밍이든 AI든 뭘로 생산한 전기를 쓰느냐가 관건. 예를 들어 석탄화력 비중이 60%인 중국에서 넷플릭스를 본다면 프랑스(전력 90%가 대체에너지)에서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겠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기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변함 없어요.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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