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지구용이랑 좀 안 어울리는 비트코인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열렬히 찬양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갑자기 암호화폐 채굴=탄소배출 끝판왕이라 못쓰겠네! 라고 선언했어요. 이런 뒷북이 어딨는지. 그래서 다들 머스크의 의도를 의심 중이고,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난리(관련 기사 묶음)래요.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매일 고심하는 지구용사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허탈해지는 이야기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어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볼 때,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탄소가 꽤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게 아니래요. 하하호호 드라마를 보다가도 불현듯 엄습해오는 죄책감...을 덜 수 있게 된 셈. 스트리밍이랑 이메일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의 탄소배출은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공식 발표했어요.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살펴볼께요. ‘죄책감’의 발단은 2019년 7월 ‘시프트 프로젝트(프랑스의 싱크탱크)’가 낸 보고서였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한 탄소 배출이 2018년에만 3억톤(=프랑스 전체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규모)이라고, “넷플릭스 1시간=탄소배출량 1.6kg(자동차 운전 6.4km)”이라고 했었거든요. 외신들도 호들갑을 떨었구요.
그런데 IEA의 조지 카미야 디지털·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이 숫자가 심하게 부풀려졌다고 밝혔어요. 그의 결론은 ‘넷플릭스 1시간=탄소배출량 36g(자동차 운전 200미터)’이에요. 시프트 프로젝트가 잘못 계산한 이유는 이래서예요(숫자랑 안 친하면 쓱 넘겨도 돼용).
어쨌든 결론은, 넷플릭스·유튜브 시청은 상대적으로 저탄소활동. 극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낫대요.
이메일도 에너지효율화 기술 덕분에 탄소배출량이 과거보다 확 줄었어요. 가디언처럼 권위 있는 언론도 “영국의 모든 성인이 하루에 1개씩만 이메일을 줄이면 매년 1.6만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알고 보니 근거로 제시된 ‘이메일 한 통=탄소배출 1g’이란 수치는 10년 전 계산이라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적은 배출량이니까 굳이 이메일을 지워가며 죄책감 느낄 필요 없대요.
그럼 지구용사들은 뭘 하면 좋을까요? 소소한 팁 공유할게요. 유튜브를 틀어놓고 딴짓을 할 땐 영상 말고 오디오만 틀어두면 전기 절약(=탄소 절감)이 가능하대요. 또 커다란 TV보다는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로 영상을 보는 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이라고. 새 폰이나 태블릿으로 자주 바꾸는 습관도 버리는 게 좋대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8이라면, 폰을 쓰면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2에 그친다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스트리밍이든 AI든 뭘로 생산한 전기를 쓰느냐가 관건. 예를 들어 석탄화력 비중이 60%인 중국에서 넷플릭스를 본다면 프랑스(전력 90%가 대체에너지)에서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겠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기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변함 없어요.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