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자본금 기준으로 카카오뱅크를 추격하며 본격적인 2라운드 경쟁 채비를 마쳤다. 국내외 사모펀드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케이뱅크는 중금리 대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케이뱅크 계좌 수 증가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제휴 덕이어서 이들이 진성고객으로 이어질지 가 관건이다.
케이뱅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499억원 규모(약 1억9,229만주)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케이뱅크는 원래 6,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증자에 참여하려는 국내외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증자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총 발행 신주 중 5249억원 규모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인 내달 10일이며 현재 주주별 지분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고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실권주를 인수해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
나머지 7250억원 규모는 제3자 배정으로 신규 투자자가 참여한다. MBK파트너스와 베인앤컴퍼니가 각각 2,000억원(약 3,077만주)씩 이번 증자에 참여했다. MG새마을금고가 대표 투자자(LP)로 있는 사모펀드는 1,500억원(약 2,308만주) 규모의 신주를 배정받았다.
신한캐피탈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은 JS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사모펀드를 만들어 1,250억원 규모(약 1923만주)로 증자에 참여했다. 주로 고액 개인 자산가가 펀드 출자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모바일 게임기업 컴투스가 500억원(약 769만주) 규모로 참여한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이번 증자에서 '지분희석'이 되지 않도록 3,600억원을 출자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가는 액면가 대비 30% 오른 6,500원이며 주금 납입일은 내달 29일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1호로 출발했지만,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한 카카오에 비해 만년 2위를 넘지 못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량 기준 업계 1위인 업비트와 비대면 계좌 개설 제휴를 맺은 이후 고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9월까지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집단 폐쇄된다. 케이뱅크외 기존 은행들은 코빗이나 빗썸 등 제휴를 맺은 거래소와 실명계좌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9월 이후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실명계좌를 만드는 데 합의한다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는 폐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케이뱅크 증자를 완료하면 자본금은 9,017억 원에서 2조 1,515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카카오뱅크의 2조 5,256억 원과 격차를 크게 줄였다.
케이뱅크는 자본여력이 받쳐주면서 앞으로 4~7등급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10% 대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최대주주인 BC카드와 모회사인 KT 그룹의 데이터를 활용해 부실률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이번 대규모 자본 확충은 케이뱅크의 혁신 역량과 미래 성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기본 사업인 예대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타 기업과의 제휴, 그룹사 시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해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